일본 샤프와 특허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
통신 특허로 각국 기업에 로열티 요구
美 무역 제재로 궁지몰리자 특허 무기화
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어디일까. 중국 화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는 12만개에 달한다. 특히 5G 통신 기술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글로벌 유수 통신 기업들에 특허를 무기로 내세우며 미·중 무역 갈등을 돌파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9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화웨이와 일본 전자 기업 샤프는 5G 표준에 필요한 표준필수특허 기술을 대상으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크로스 라이선스란 양사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상호 간 교차 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을 말한다. 샤프 측은 "화웨이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약의 뒷배경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통신장비 수출이 막힌 화웨이가 일본 30여사에 통신 특허 기술 로열티 지급을 요구한 이후 성사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상대로 로열티 공격을 펼치면서 미국의 제재를 벗어날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5G 표준필수특허 출원 세계 1위 기업으로, 점유율은 15%에 달한다. 2위가 퀄컴(1%), 3위가 삼성(8.8%)이다. 5G 통신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화웨이의 특허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내 이통사 5G 통신품질 평가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서울 지역 5G 속도가 전년 대비 20% 이상 향상되며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막강한 5G 기술력을 과시하는 화웨이는 2020년 미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즌에 1조원이 넘는 특허 로열티를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8월 스웨덴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을 비롯해 최근에는 샤프까지 화웨이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매출 손실을 만회하고 기업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특허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분석이다. 5G 기술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의 기업들도 화웨이의 특허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글로벌 특허전문 정보업체 렉시스넥시스의 오사카 히로코 아시아마케팅 책임자는 "첨단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출원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보유한 표준필수특허 때문에 각 특허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중국 기업에 라이선스 비용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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