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축소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이다."(한국은행)
"거래가 조금 안 된다고 세금 깎아주고 이자 깎아줘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따라가선 안 된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한국은행과 국토부가 뒤늦게 손발 맞추기에 나섰다. 한은이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위험성을 재차 경고한 데 이어 국토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빚내서 집 사는' 정책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과거 2014년, 2020년 금융 불균형 시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엇박자를 지적하며 정책 공조를 주문한 것은 최근 가계부채 위험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1%로 스위스, 호주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오름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보름 만에 8000억원 넘게 증가했는데, 신용대출도 그 사이 3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용대출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은이 강도 높은 경고를 날린 배경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주택 대출을 조이기로 했으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부동산 불패'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확보할 수 있는 차익이 이자 비용을 감내할 동력이 된다. 가격상승 자체에 대한 기대를 꺾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되레 부동산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주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억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정책 공조'의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의 핵심 요인은 부동산"이라며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했다. 현재 집값이 여전히 고평가됐으며, 관련 정책은 긴 시계에서 일관되게 수립돼야 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부동산 불패론이 또 고개를 들면서 통화당국과 금융당국, 국토부가 다시 손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공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분명히 줘야 한다. 꾸준한 정책공조는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의 최소 필요조건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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