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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치, 갈등 키운다] 상한제 앞에 무기력한 저점자…"나와 무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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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이상 현금 들고 대기하는 70점대 고점자에 기회 전망
고점자 정의도 과거 60점대에서 70점대로 바뀔 듯
"현금 확보하고 누가 더 오래 기다리느냐가 새로운 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민간택지에서의 공급 가격을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 아파트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청약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확산되고, 오랜기간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들어 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도 대거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껏 '좁은 문'으로 여겨졌던 청장년층의 청약당첨은 '사라진 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06만명을 기록, 작년 7월(2391만명) 이후 1년만에 115만명 증가했다. 전 국민의 절반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중 1순위 자격을 가진 가입자는 전국에 1384만명, 서울에만 359만명에 달한다.

정부가 예고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현실화 될 경우 시세와의 가격차이가 큰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실거주와 투자수요가 쏠려 당첨이 가능한 최저가점(커트라인)이 대폭 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매제한으로 발이 묶이기는 하지만 청약 당첨은 곧 억대 차익의 기회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 및 정권에 따라 관련 정책이 번복됐던 데 대한 학습효과로 시장참여자들은 '버티면 된다'는 경험칙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 등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세 대비 낮은 값에 공급되는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로 수요가 몰리면서 당첨 가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신규 분양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중인 모습. / 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 등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세 대비 낮은 값에 공급되는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로 수요가 몰리면서 당첨 가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신규 분양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중인 모습. /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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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청약을 진행했던 단지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낮아 '로또 아파트'로 불렸던 곳에서는 평형별로 70점대 커트라인이 속출했다. 지난달 분양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청량리4구역 재개발)'의 경우 일반분양 13가구 공급에 964명이 몰려 7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84H타입의 당첨 평균 가점이 71.46점이었다. 최저 가점은 69점, 최고가점은 만점(84점)에 가까운 79점이었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격은 9억원에 육박했다. 같은달 분양한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전 주택형의 분양가가 11억원을 웃돌았지만 60점대 미만에는 기회가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주택형별 평균 당첨가점은 63~75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껏 60점대 수준이던 서울 분양 아파트의 당첨 커트라인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 후 평형에 따라 70점대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청약전문가 박지민(월용이)씨는 "상한제가 본격화 될 경우 숨어있던 고점자들이 고개를 들게 돼 있다"면서 "가입자 수와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서울 내에서는 60점 이상 가점자가 2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50점대 가점자 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기때문에, 이들 내에서는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 틈새를 노리지 않는 이상 당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청약지도 저자 정지영(아임해피) 아이원 대표는 "서울 당첨 커트라인이 현재 60점 수준이라고 한다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70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서 "특히 강남권은 로또분양 아파트의 당첨가점이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2017년 분양했던 신반포 센트럴자이(서초구 잠원동)의 최저가점도 70점에 육박했었다"고 강조했다.

청약 당락의 기준이 되는 점수의 상한선이 가입자의 연령대와도 연관되다보니 구조적으로 청장년층의 당첨은 요원해 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40대 가입자의 경우 부양가족 수에서 만점(6명, 35점) 만점을 얻는다 해도 필수적으로 시간이 쌓여야 하는 무주택기간이나 가입기간에서 가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무주택 상태에서 현금을 쥐고 누가 더 오래 기다리고 버티느냐로 청약 당첨의 룰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들 사이에서도 향후 분양시장에서 나타날 변화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엇갈린다. 청약가점이 72점이라는 한 주부는 "분양가 상한제 이후에 나올 강남권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당초 올해나 내년 강북권 역세권 청약을 계획중이었는데, 상한제가 도입되면 준비된 현금으로도 강남 당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3년 전 결혼 후 한 빌라에 자가 거주중이라는 30대 직장인은 "집 값이 너무 뛰는 바람에 결혼하며 신축 빌라를 매입했는데, 이 집을 당장 판다고 해도 가점이 30점대에 불과하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아파트가 나온다고 하지만, 우리와는 너무나 먼 얘기"라고 토로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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