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래…풀퍼널 마케팅 B2B 공략
새 정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추진
오픈마켓 입점 사업자 단체협상권 등 부담
1조6245억원. 국내 1위 e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다. 쿠팡을 지배하는 미국 법인(쿠팡 INC)이 발표한 이 기간 전체 영업이익은 6000억원 규모였지만, 글로벌 사업을 제외한 한국 수익은 1년 새 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물류 혁신과 방대한 이용자 구매 정보를 활용한 상품 추천이 적중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향후 AI를 활용한 초개인화된 추천 기술을 더욱 강화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권교체를 달성한 새 정부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토대로 광고주들이 '풀퍼널(full-funnel) 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는 광고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풀퍼널 마케팅은 상품 검색부터 구매 결정까지 고객의 모든 쇼핑 여정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쿠팡은 이용자들의 구매행동에 대한 누적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쿠팡 이용자 빅데이터 B2B 시장 활짝
쿠팡의 AI가 2340만명에 달하는 활성 고객들의 단계별 움직임을 학습하고 그 결과를 광고주와 공유하는 것이다. 쇼핑 여정의 어떤 단계에서 광고가 노출됐을 때 결제까지 성공하는지 등을 쿠팡의 머닝러신(ML)을 통해 실시간으로 매출 가능성을 분석해 상품별 광고 성과를 예측하고, 우선순위에 맞춰 자동으로 광고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은 쿠팡 입점 판매자(셀러)의 상품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데다, 제조 기업들의 수요가 커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한 유통 산업은 결국 고객을 1대1로 응대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을 누가 더 많이 파느냐의 경쟁"이라며 "쿠팡이 방대한 쇼핑 이력(소비자 행동 데이터)과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라스트마일을 직접 하고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거대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강력 추진하고 있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온플법은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고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등장했는데,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대형 플랫폼을 겨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정 경쟁을 강조해온 만큼 관련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셀러 입김 커지나…온플법 제정 초읽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계류된 온플법 관련 법안은 모두 17개다. 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에 대해 160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
가장 입법이 유력한 법안은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들 법안은 각각 민주당 의원 58명과 44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지난해 12월 '국회법 제58조제4항'에 따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 직접 회부됐다. 해당 조항은 신속한 심사가 필요한 경우 상임위원장과 간사 간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중개법의 핵심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셀러)에 단체 구성권을 보장하고 거래조건 협의제도를 마련한다는 조항이다. 셀러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유사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셀러들이 단체를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도 지사에 등록하고, 온라인 플랫폼사에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온라인플랫폼 입점사업자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대리점주·수탁사업자 등의 협상력 강화를 10대 공약으로 내걸어 힘을 실었다.
법안에는 중·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판매자가 내는 중개수수료율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한액 범위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쿠팡의 수익성을 키운 입점사에 대한 수수료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판매자 정산 대금을 소비자의 구매확정일이나 결제일로부터 10일 안에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앞서 티메프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통상적으로 판매자에게 45~60일 동안 정산을 지연하고, 이들에게 이자율 4~6%의 선정산 대출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판매대금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액을 신탁·보관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플랫폼 갑을관계 금지 우선 추진 가능성
지난해 7월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은 시장가치 15조원 이상 기업 중 연평균 매출 3조원 이상, 월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월평균 플랫폼 이용사업자 수 5만개 이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관리하도록 한다.
사전 지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자사 우대(자사 상품·서비스 검색 결과 우선 노출)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입점업체에 다른 플랫폼보다 더 좋은 조건 요구) ▲멀티호밍 제한(다른 플랫폼에 동시 입점 제한) 등 이른바 '갑을관계' 행위가 금지된다.
법안이 제시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구글, 애플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브랜드(PB)와 직매입 상품 등 자사 상품 순위를 부당하게 높이고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늘렸다는 혐의로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1628억원의 처분을 받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 같은 제재가 상시화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발표한 공약집에는 시장지배 플랫폼 사전 지정과 갑을관계 규제가 모두 등재돼 있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실행한다면 갑을관계 규제를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전 지정 대상에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거론되면서 미 정부와 의회가 이 같은 규제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만을 규율하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만 고려해 섣불리 법을 제정할 경우 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 발전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온플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여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조항을 제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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