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추진의 복병, 허술한 절차와 제도
2016년 헌법불합치, 국민투표법 "여태 손 안 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래로 개헌 논의가 매번 무산된 이면에는 개헌에 관한 절차 등이 까다로운 동시에 모호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 헌법은 128조부터 130조까지 개헌안 발의와 국회 의결, 국민투표 등 헌법개정안 발의 이후 절차 등을 담고 있다. 다만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 정도만 담겨 있고, 헌법개정 방향과 내용 등 절차와 방법에 관한 부분은 없다.
이런 이유로 1987년 현행 헌법이 확립된 이래로 헌법개정안은 그동안 숱한 정치권 논의에도 국회 의안에 오른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손인혁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개정안 발의 전에 국민 의사 수렴과 참여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조직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절차를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입법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국회에 헌법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헌법개정자문위원회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는 헌법개정국민참여회의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관련 법안은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개헌절차법을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개헌절차법 토론회를 3차례 열었는데, 헌법학회 등 얘기를 듣고 법안 발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준비 중인 법안은 4년마다 총선에 맞춰 국민투표로 개헌하는 것을 절차로 두고 국회가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상시로 논의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개헌 절차법 문제 외에도 개헌과 관련해 입법적 문제는 또 있다.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투표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개헌을 투표할 국민투표법도 현재 부재하다.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국민투표법 가운데 재외국민 규정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는데, 국회가 관련 내용을 개정하지 않았다. 10년째 관련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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