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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종가세…단계적 개편 목소리[술술 새는 K-주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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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한국·칠레·콜롬비아·멕시코만
종가세 채택…선진국 대부분이 종량세
희석식 소주 가격 인상 불가피…"단계적 개편"

한국인의 해외여행 필수 코스가 주류 쇼핑으로 자리 잡은 것은 우리나라의 주세 제도 탓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부터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는 물건의 출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인플레이션 등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세수입도 비례해 자동으로 늘어난다. 정부 입장에선 세수 증대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반면, 소비자는 구매 비용이 커지고, 생산자에게는 생산비용 부담을 안겨준다.


이 때문에 종가세가 국산 주류산업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종가세는 고급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 등을 만들 유인을 떨어뜨리는 탓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재료와 장기 숙성 등 유무형의 자원 투입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종가세 체계에서는 품질의 고급화 노력에 따른 출고가 인상분이 세 부담에 반영되면서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가의 주류는 구매 부담이 큰 만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홀로 종가세…단계적 개편 목소리[술술 새는 K-주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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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식 소주 '화요' 관계자는 "현 주세체계는 저가 제품에 유리한 체계로 품질 고급화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요는 고품질의 100% 국내산 쌀을 원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출고가격이 높은데, 종가세를 적용받다 보니 높은 세금이 부과돼 희석식 소주보다 약 7~8배 비싼 소비자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화요를 비롯한 국내 증류식 소주는 국내에서도 점유율이 5% 미만에 그치고 있고, 이는 해당 제품들이 국내 기반이 약하다는 판단으로 이어져 수출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K위스키를 표방하는 골든블루는 부산 기장에 위스키 생산공장이 있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수입해 호주에서 병입해 들여온다. 수입주류는 통관 시점이 과세표준인 만큼 수입사의 판매관리비용 등에 대해선 세금이 붙지 않지만, 국내 제조사의 경우 공장 출고가격에 세금이 부과돼 판관비까지 세금에 매겨지는 탓이다.


광주요가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 '화요'

광주요가 생산하는 증류식 소주 '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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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한 와인전문매장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일본 도쿄의 한 와인전문매장 전경.[사진=구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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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4개국만 종가세

우리나라 주세 체계를 종량세(從量稅)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종량세는 술의 용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체계로, 종량세로 전환되면 주종 간 차등 세율이 폐지돼 세 부담이 동일하게 이뤄지게 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칠레·멕시코·콜롬비아 등 4개국을 제외하면 모두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가 주류 제품의 알코올 함량과 무관하게 세금을 부과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한해 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했다.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해 출고가가 오르면 세금도 같이 오르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 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ECD 국가 대부분 종량세를 채택한 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종량세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도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가중시킬 수 있는 술이라는 의미이니 그에 비례해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세법 개정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제21대 국회에서 고용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류주 종량세를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번 22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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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가격 인상 불가피…종량세 전환 걸림돌

종량세 전환은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율을 달라지는 '고도수·고세율의 원칙'이 동반된다. 도수가 높은 술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스키 등 고급 주류의 세금이 줄어 가격이 하락한다. 또 증류식 소주 등 국내 전통주 생산자는 출고가가 낮아져 국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 등 저가의 술은 세 부담이 올라가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소주는 서민들이 즐기는 대표 주류라는 점에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살피는 주요 품목이다. 종량세 전환의 발목을 잡는 배경이다. 앞선 주세법 개정안이 제시한 종량세 전환 시 세율인 1ℓ 기준 1563.26원을 증류주에 적용하면 위스키는 세 부담이 6만3651원에서 1만3545원으로 78.7% 감소하는 반면, 희석식 소주는 662원에서 864원으로 30.5%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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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희석식 소주의 세 부담은 늘리지 않으면서 다른 주종은 세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주종별 구분을 더욱 세분화하는 방안이 대안이 제시된다. 대중주인 희석식 소주는 현행 종가세를 유지하고 증류식 소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점진적 개편하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증류주에서 소주만 따로 떼어내거나 소주를 희석식과 증류식으로 분류해 과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증류주의 주종별 세 부담 차이로 통상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소주에 35%, 위스키에 100% 세율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서구권 국가들이 한국의 주세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WTO가 이를 받아들이며 우리 정부에는 소주와 위스키의 차별을 없애도록 주세법 개정을 권고했다. 이는 1999년 증류주에 붙는 세율을 72%로 일괄 적용하게 된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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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맥주·탁주에 이어 나머지 발효주부터 시작해 증류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종가세가 적용되고 있는 약주·청주·과실주 등의 발효주는 같은 주종 안에서 가격별 편차가 증류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반대의견을 설득하기 쉽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와 소비자가 종량세에 적응할 시간을 갖도록 전환계획 시기 등을 미리 발표해 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일본은 전격적인 개편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주세제도 개편의 시간표를 미리 발표하고, 그 스케줄에 맞춰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세제에 의해 주종별 세 부담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체계로 바꾸기 위해선 주종에 따라 다소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용인하고, 고가 수입제품의 세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것도 용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인 주세체계의 개편을 통해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마스터 플랜을 정립할 경우 고도주·고세율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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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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