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0원 만드는 게 기술"
"내부자 제보 외 방법 없다"
"문제 될 만한 내용을 회계보고서에 기록으로 남기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금배지가 떨어지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20여년간 국회에서 보좌진 생활을 한 김모씨는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회계보고서는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조율을 해서 쓰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내용만 담겨 있다"면서 "진짜 문제는 검은돈이다. 회계보고서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직접 융통되는 돈"이라고 했다.
정치자금 대부분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쓰지만,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김영선 전 의원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거래가 상징적이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김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를 통해 명씨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세비가 들어오는 자신의 명의 계좌에서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 계좌로 송금했고, 강씨는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 명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임기 말에는 다음 선거 회계와 연계해서 봐야 하는데, 들여다본다고 하더라도 지난 일들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선거법상 지출하지 않아야 하는 항목은 숨겨지고, 시간이 지나면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회계를 담당하는 비서관 이모씨는 "회계보고서를 '숫자 놀음'에 비유했다. 이씨는 "회계보고서는 나중에 꼬투리가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작성하기 때문에 위법적인 사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5일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지난 10일로 22대 총선이 끝난 가운데 한 달 여 임기를 남긴 21대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과 금투세 폐지 등 당면 현안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면서 "솔직히 내부자의 제보 외에는 불법 정치자금이 유용되는지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여년간 보좌진으로 일한 박모씨는 임기 말이 되면 의원들은 정치자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아시아경제가 임기 말 회계보고서에 대해 질문하자 의원들은 대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의원들은 대체로 후원금을 다들 자기 돈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임기 막판에는 후원금을 0원으로 만드는 게 회계 담당자의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에서 떨어진 의원들은 후원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도 하지 않고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보좌진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 당에 귀속되기보다는 보좌진 퇴직금 등으로 챙겨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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