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이른바 ‘ㅇㅇ가게’가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무부처인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정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공식 인증받은 점포다. 백년가게 확인서와 인증현판을 제공하고 다양한 홍보·지원을 받는다. 백년 소공인은 업력이 15년 이상 된 소공인이 대상이다. 업체가 직접 신청하는 경우가 있고 백년가게 후보들을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도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관련 홈페이지를 보면 백년가게는 현재 전국에 1357곳이 있다. 대전 성심당, 서울 진주회관, 부산복집, 광주의 송정떡갈비, 춘천명물닭갈비 등이 포함됐다.
◆100년 이상 가자 '백년가게' vs 서울시는 30년 이상 '오래가게'
이와 별로 서울시는 3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오래가게’를 선정해 왔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그리고 더 오래가길 바라는 가게’라는 의미로 시는 지난 2017년부터 생활문화·전통공예 분야에서 ‘오래가게’를 선정해왔다. 올해는 음식 분야까지 범위를 확대해 24곳을 신규로 선정했으며 총 130개소를 국내외 관광객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중구 12개소(하동관, 고려삼계탕, 유림면, 남포면옥, 부민옥, 오장동함흥냉면, 마복림 할머니집, 명동함흥면옥, 라 칸티나, 성원전주콩나물국밥, 장수갈비집본가, 남도한식 정든님), 종로구 9개소(청진옥, 진고개 동대문점, 진아춘, 신안촌, 종로 은행나무집, 가봉루, 삼청동 수제비, 손가네닭한마리, 옛날집 낙원아구찜)를 선정했다.
서울식 곰탕을 판매하는 ‘하동관’은 1939년 개업해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대가 맛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양지, 차돌박이, 양 등 소의 다양한 부위가 들어가는 하동관의 곰탕은 담백한 맛으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좋은 식자재에 있다고 한다. 50년이 넘게 을지로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는 ‘남포면옥’은 평안도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으로 이곳의 평양냉면은 숙성된 동치미 국물과 고기 육수를 배합해 만든다. 매장은 신관과 구관 2개로 나뉘는데 내부가 서로 이어져 있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천은 '이어가게' vs 세종은 '뿌리깊은 가게'
서울시가 ‘오래가게’라면 인천은 ‘이어가게’다. 2020년부터 ‘대대로 물려받아 가게가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인천에서 30년 이상 전통을 유지하고 업종 변경 없이 영업을 지속한 가게를 ‘이어가게’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작년 8곳을 추가해 총 34곳을 선정했다. 지난해는 강화군·옹진군·서구 노포를 대상으로 심사해 금풍양조, 대명사, 만물상회, 서문김밥, ㈜섬고기, 청운서림, 동국광고, 미도방만두 등이 선정됐다.
세종시에서는 20년 넘게 지역에서 전통을 이어온 업체를 ‘세종뿌리깊은가게’로 선정한다. 최근 신흥파닭, 맛나당, 류코리아 등이 새로 선정됐다. 신흥파닭은 파닭의 원조인 조치원읍에서 40년간 2대에 걸쳐 운영 중이며, 맛나당은 부강면에서 싱싱한 쑥갓(부추)과 수타면 칼국수, 고기·김치만두를 24년간 2대 걸쳐 운영 중인 지역 대표 노포다. 금남면 소재 류코리아는 전통 국악기 사업체로, 국악기 제조와 관련해 다양한 특허를 갖고 22년간 2대에 걸쳐 운영 중이다.
◆물가안정 기여 '착한가격업소' , 전국에 8600여개 지정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업소를 알리고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하는 것은 ‘착한가격업소’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각 지자체별로 쓰레기 봉투,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고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업소 홍보를 제공한다. 2011년 시행 첫해 2497개 업소가 지정됐고 9월 22일 기준 8588개의 업소(외식업, 이미용업, 세탁업 등)가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86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1137곳), 부산(688곳), 강원(645곳), 경북(629곳), 경남(578곳), 전남(510곳), 대전(474곳), 대구(425곳), 충남(416곳), 전북(383곳), 충북(357곳), 제주(344곳), 인천(328곳), 광주(309곳), 울산(152곳), 세종(38곳) 등의 순이다. 인구 300만을 넘어선 인천이 비슷한 부산보다 300곳 이상 적은 것이 의외다. 행정안전부가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데 8,9월 두달간 올라온 후기는 4건에 불과하고 2건은 맛집 후기, 2건은 카드 이용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지난 20일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송치영)와 MG새마을금고지역희망나눔재단(이사장 김인)은 ‘착한가격업소’ 발굴을 활성화하고, 우수 착한가격업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G지역희망나눔재단은 소상공인연합회에 2억원을 기부하고, 소상공인연합회는 해당 기부금을 활용해 착한가격업소의 지속적인 추가 발굴 및 확산을 위한 사업과 홍보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진짜 착한 가게는 '선한가게'…'로컬가게' 에 에너지 아끼는 '착한가게'도
가격이 착한 것과 별개로 진짜 착한 가게를 선정해 지원하는 ‘선한 가게’도 있다. 우리금융그룹과 소상공인연합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가 함께 펼치는 사업으로 300곳을 선정해 다양한 지원을 펼친다. 사랑의 열매는 이와 별도로 매월 최소 3만원 이상, 매출의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는 ‘착한 가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우리동네 선한가게」 종합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황인식 사무총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원본보기 아이콘이 외에도 별별 다양한 가게, 점포들이 있다. 영등포구는 현재 ‘로컬가게 미식여행 스토리 발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등포만의 이야기가 있는 오래된 로컬 가게(식당, 카페 등)와 스토리를 찾아 이를 관광 자원화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연계하는 것이다. 선정된 로컬가게를 대상으로 ▲로컬가게 스토리북 및 웹진 제작 ▲미식여행 테마 관광코스 개발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팸투어 등을 추진해 내·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영등포는 의류수거함을 통해 수거한 의류를 깨끗이 세탁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영등포 희망 가게 ‘영희네(가칭)’를 오는 10월 27일 개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민단체와 중소 점포를 대상으로 맞춤형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절전제품을 지원하는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착한가게 사업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전력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가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추진했으며 미래소비자행동, 아키아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2000개 소의 점포를 착한가게로 모집하고 있다.서울 도봉구는 에너지 절약 및 녹색생활 실천에 앞장서는 음식점을 찾고 ‘탄소중립 맛집’으로 선정,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맛집으로 선정되면 안내판 부착과 함께 에너지 절약 컨설팅, 에너지 절약 물품, 연간 최대 3만 탄소공감마일리지 등을 제공받는다. 경북 영천시는 관광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민간관광안내소 ‘영천으로, 9경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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