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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차이나 베트남]⑤"베트남을 허브로 아세안 교역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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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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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중국의 대체보다 대안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은 베트남과의 협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간 교역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교역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 베트남을 허브로 삼아 주변 아세안국과의 교역을 늘리고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전략실장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미·중 갈등 속 중국의 대안시장이 필요한 한국에 베트남이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실장은 "베트남은 대외 개방도가 크고,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많은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으로 해외 수출에 용이한 시장"이라며 "유럽연합(EU)-베트남 FTA 등을 통해 시장 확장성이 크다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곽 실장과의 일문일답.


-베트남은 이달 말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포스트차이나로 부상할 수 있을까.

▲최근 베트남의 임금상승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한때 섬유공장 등을 중심으로 미얀마·캄보디아 선호도가 높아진 적이 있는데 인구가 각각 5400만, 1700만으로 많지 않은 데다 일하는 사람이 적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제품을 보낼 때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 발 빠르게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지만, 지리적으로 멀다는 어려움이 있다. 베트남은 중국·한국과 가까워 한국·중국산 부품을 조달하기 용이하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다. 또 상대적으로 젊고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로 보면 중국을 베트남이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간 한국은 14억 인구와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해왔는데 이제는 중국을 대신할 다른 기지가 필요해졌다. 또 중국에서 만들면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중국은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과의 관계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베트남을 통한 우회 수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베트남은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까.

▲베트남 제1 투자국은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투자기업들이 베트남에 우리나라 부품을 많이 가져간다. 대(對)베트남 수출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게 중간재다. 반면 중국은 2020년을 기점으로 쌍순환 전략을 취하면서 점차 독자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쌍순환은 국내순환과 국제순환 두 가지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장기화,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중국이 내수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국내순환은 공급 측면에서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독자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국내순환이 강조되고, 중국이 모든 것을 다 내부에서 하겠다는 전략으로 가면서 우리나라 중간재가 필요 없게 된다. 이게 우리에게는 치명타다. 원래 글로벌 공급망(GVC)은 물건을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에서 만들어 수출해야 하는데 미·중 갈등으로 인해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중간재를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을 찾게 됐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완충지대가 베트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든 시장이 베트남이다. 한국 기업이 진출해 생산 네트워크를 갖추고 우리 기업들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우리 기업들 간의 거래가 형성됐고, 그 기업들이 우리나라로부터 중간재·자본재를 사가면서 흑자를 내고 있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수요가 줄면서 흑자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대(對) 베트남 흑자폭이 줄어드는 배경이 구체적으로 뭔가.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가격은 kg당 5246달러였는데 올해는 2월 데이터 기준 kg당 4004달러밖에 안 된다. 베트남에 반도체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 단가가 떨어져 버렸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IT 부진으로 수요가 줄면서 단가가 하락하고, 가져가는 양도 줄어드는 이중적인 문제에 처했다. 작년 대 베트남 흑자에 가장 기여가 컸던 것이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인데 둘 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베트남 수출이 늘어야 우리나라 수출이 증가하는데 올해 1분기 베트남 수출이 감소하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생산기지인 베트남 수출이 줄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 수출이 한동안 힘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베트남 수출마저 줄면서 대 베트남 교역에서 작년과 같은 흑자를 기록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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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무역 적자에 이어 베트남까지 수출이 준다면 대안이 시급한데.

▲대 베트남 주요 수출 품목의 올해 1~2월 수출 증감률을 살펴보면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는 -35.2%,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는 -32.3%를 기록 중이다. 올해 1~2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모두 큰 폭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지금은 답이 안나온다. 지난해 대 베트남 무역수지 흑자는 342억5000만달러(약 43조원)로 베트남이 사상 처음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한·베 교역에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어려워질 수출 시장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한·베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한·베 협력 방향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지만,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고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 숙련공이나 중간 관리자층은 다른 기업에서 서로 뺏어가려고 한다. 반도체의 경우 베트남 기업이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하고, 현재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후공정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려고 하는 국제적인 상황도 변수가 되고 있다. 베트남과의 공고한 관계가 유지되려면 협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한국기업간 교역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교역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 베트남을 허브로 삼아 주변 아세안국과의 교역을 늘리고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경제협력 이외에도 사회·문화 협력을 공고히하는 쌍방향적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국내 다문화가정 부모 출신국을 보면 베트남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2세들이 한·베 관계에서 교량 역햘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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