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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부모님 소원은 '내결혼'…캥거루족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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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결혼 둘러싼 부모와 자녀 가치관 충돌
연예인 부모도 자녀 결혼 걱정은 마찬가지
40대 중년 딸과 사는 어머니 얘기 들어보니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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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결혼을 빨리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예 (결혼 생각이) 없지. 아까 엄마한테 혼났어."


남성 연예인 김희철씨가 동료와 나누는 대화가 TV 화면에 잡힌다. 그 대화 장면을 스튜디오에서 바라보는 김씨 어머니의 표정은 착잡해진다. 비혼 연예인과 그 부모를 함께 등장시켜 관찰하는 TV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의 한 장면이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부모 대부분은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인물들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예능 프로그램은 8년째 높은 인기를 유지 중이다. 등장하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든 비혼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좀처럼 결혼하지 않으려 하는 자녀와 그 자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어서 결혼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의 구도는 지금도 수많은 가정에서 재현되고 있다. 결혼을 둘러싼 자녀와 부모와의 가치관 충돌과 그로 인한 껄끄러운 관계는 '비혼시대'의 또 다른 일면이다.


부모 세대에는 '당연히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은 해도,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통계청이 13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조사 결과,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008년 23.6%에서 15.3%로 급강하했다.

오히려 비혼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감지된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 피앰아이가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만 19~59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미혼 남녀의 결혼 계획'을 조사한 결과, '현재 결혼 계획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61.4%에 달했다.


미우새처럼 자녀가 따로 나가 사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자녀들은 매일 부모와의 가치관 충돌을 겪어야 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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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시키는 서구사회와 달리, 한국은 성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취업한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여기엔 '자녀가 언젠가는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어 독립해 나갈 것'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


결혼과 독립이 전제되지 않은 부모와 비혼 자녀의 동거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자녀들은 자신의 비혼 생활을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함께 살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부모와 동거하며 경제적으로 의존까지 하는 '캥거루족'이라면, 경제적 독립에 대한 부담감도 안게 된다.


부모는 부모 대로 결혼 적령기를 넘겼는데도 결혼하지 않는 자녀의 가치관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자녀가 비혼 상태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우려하게 된다. 동년배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우울해지기도 하고,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경우라면 경제적·물질적 부담까지 안게 된다.


부모와 함께 사는 비혼 자녀는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문제로 꼽힌다. 국무조정실이 19~34세 청년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부모 등의 가구원으로 속해 있는 청년은 전체 57.5%나 됐다.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자녀는 부모에 얹혀산다는 의미의 '캥거루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옆 나라 일본은 더 심하다. '기생충(패러사이트 싱글·기생독신)' 취급까지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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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모가 비혼 자녀와의 동거 과정에서 자녀의 가치를 수용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2019년 한국상담학회 학술지에 실린 '중년기 비혼 딸과 동거하는 어머니의 심리적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논문에는 40세 이상 중년 딸과 살아가는 어머니 6인의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어머니들은 처음에는 "가정이 없으면 허공에 뜨는 느낌일 것 같다"며 가치관 대립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있어도 그리 편할 수가 없다"며 딸의 비혼을 받아들인다.


저자인 이명옥씨는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딸의 비혼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한 내적 충돌을 겪지만, 모녀 관계의 과도기적 변화를 통해 차츰 비혼을 딸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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