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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실태추적]⑫"법정 최고형 구형" 배후세력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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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사기', '빌라왕', '빌라의 신' 사건 등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면서 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최근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가 사기 단속부터 수사, 처벌까지 형사 절차 전 과정에 걸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전세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다수 피해자를 발생시킨 범죄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해 배후세력까지 뿌리뽑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세사기 실태추적]⑫"법정 최고형 구형" 배후세력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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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원은 전세사기 범죄에서 ▲타인(임차인 등)을 속이는 기망 행위 ▲재산상 이익 편취 ▲고의성 ▲공모 여부 등을 토대로 임대인의 전세사기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해왔다.


전세사기 범행은 통상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된다. 현행 형법 제347조 1항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사기죄를 규정하고 있다. 단일 범행에 따른 이득액이 5억원을 넘기면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로 인정돼 가중 처벌된다. 이득액이 5억~50억원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법정형 내에서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데 쓰이는 '양형기준'에 따라 실제 선고되는 형량엔 범죄 전력 및 피해자와 합의 여부 등이 고려된다.

최지수 변호사(최지수법률사무소 대표)는 "집주인으로서 전세사기범이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는 데도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변제 계획을 속이는 행위 등으로 보증금을 받는 것 자체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혐의로 기소된 집주인들은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는 등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을 뿐'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한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부장판사 남인수)은 2016~2019년 경기 광주시 일대 빌라 입주 희망자 110명을 상대로 12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모 부동산 임대회사 대표에게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9억9400만원의 추징명령도 함께였다.


이 사건 재판에서 임대업체 대표는 "피해자들의 집단 고소가 없었다면 자금이 순환돼 전세 보증금 반환이 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런 반환대책 없이 보증금을 '돌려막기'한 점 등이 드러나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피해자별로 사기 범행이 성립돼,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지 못했다.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인 일반 사기죄는 여러 사기죄를 범한 경우 형량을 장기 2분의 1까지 가중하기 때문에, 징역 15년이 이 사건 법정 최고형이 됐다. 남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각 1억원 상당의 사실상 전 재산을 상실하거나 대출 채무를 부담해 현재까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유형에 따라 '사문서위조' 혐의로도 처벌 가능하다. 계약상 명의를 빌려주거나 주택 성질 및 보증금을 속여 이면 계약을 맺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가담했다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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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손진욱)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험이 부족한 20·30세대 사회초년생들을 속여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공인중개사와 무자본 갭투자자를 구속기소했다. 명의를 빌려주거나 전세 계약을 대신 체결해준 가족들도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사기 혐의와 더불어 사문서위조·행사,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했다. 범행 과정에서 위조된 월세 계약서가 금융기관에 제출되고, 공인중개사가 명의신탁한 다세대주택을 임차인과 직접 거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대 깡통주택을 대규모 대출사기에 활용한 일당 역시 최근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당은 2018년 깡통주택인 빌라·원룸을 소액만 부담해 수십 채를 사들여 부동산 임대 사업을 벌였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깡통주택에 대한 '위조 임대차 계약서'를 제시해 담보 가치가 충분한 것처럼 대주들을 속이고, 돈을 빌리는 데 성공한 차용인들로부터 대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사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일당 총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사업체 인수에 명의를 빌려준 아내를 비롯해 함께 일당 9명도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 판사는 "무자본 갭투자로 취득한 부동산들을 이용해 사기 및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해 그 피해 정도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된 빌라왕 사례처럼, 피해자들이 고소하더라도 임대인이 사망할 경우엔 '공소권 없음' 수사 및 형사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빌라왕은 바지사장이며 이들을 부추긴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등 배후 세력이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공범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친 배경이다.


최 변호사는 "사망한 빌라왕에게 여전히 민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속인 측이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갚겠다' 하면 사실상 변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공범들을 상대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분담 비율을 따지지 않고 각자가 피해액 전액을 책임지고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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