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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⑮‘문화·예술로 꽃피운 도시재생’… 슬럼가 꼬리표 뗀 런던 화이트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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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⑮‘문화·예술로 꽃피운 도시재생’… 슬럼가 꼬리표 뗀 런던 화이트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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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난 10월 6일(현지시간)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고 런던 동쪽 화이트채플역에 도착하자 페즈(무슬림 전통복장에서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챙 없는 모자)를 쓴 남성들과 히잡을 두른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런던이지만 그중에서도 화이트채플은 유독 이민자들이 대거 모여 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10월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역 일대 거리. 페즈(무슬림 전통복장에서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챙 없는 모자)를 쓴 남성들과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10월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역 일대 거리. 페즈(무슬림 전통복장에서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챙 없는 모자)를 쓴 남성들과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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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온통 무슬림 전통 의상과 전통 음식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했고, 한 편에는 아예 큼지막한 이슬람교 사원도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철역 명을 나타내는 안내문마저 영어와 아랍어로 나란히 쓰여 있어 무슬림 국가에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런던 화이트채플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슬람 사원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런던 화이트채플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슬람 사원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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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융가인 ‘시티’ 지역 북쪽에 위치한 화이트채플은 19세기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빈민가이자 우범지대로 꼽히던 곳이다. 1888년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가 이 거리에서 매춘부들을 연이어 살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방글라데시·터키·파키스탄 등 중동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빈민가로 불렸다. 고작 10분 거리에 위치한 런던 금융의 중심지 ‘뱅크’ 지역이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전히 동네는 좁은 골목이 가득하지만, 과거와 달리 미술관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최근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을 밝게 만드는 핵심적인 공간은 화이트채플 갤러리다. 정부의 지역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1901년 지어진 이 갤러리는 긍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져오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민자나 범죄자 등 저소득계층에게 교육과 워크숍을 제공하고, 다양한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역 내 수많은 청년 작가들이 생겨나면서 작품 무료 전시회가 상시 열리게 됐고, 이러한 전시회는 하나의 지역문화로 자리 잡았다.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아키비스트(기록 보관 담당자)로 근무 중인 필린 와그너 씨는 “화이트채플 갤러리가 들어선 이후 이곳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길버트 조지 등 유명 예술가들이 탄생하며 현재는 예술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났다”라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생기면서 각종 불균형이 좁혀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브릭레인(Brick Lane)’ 일대 길거리 외벽 곳곳에 그라피티가 그려져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브릭레인(Brick Lane)’ 일대 길거리 외벽 곳곳에 그라피티가 그려져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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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도 청년들이 예술을 뽐내고 있었다. 이날 인근 ‘브릭레인(Brick Lane)’ 일대를 따라 걷자 길거리 외벽 곳곳에서 그라피티(graffiti·공공에 쓰인 낙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치 한국의 홍대처럼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이곳에서는 그라피티 활동이 불법보다는 일종의 예술로 받아들여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라며 “아예 그라피티를 통해 특정 홍보활동을 하는 기업들마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노선이 이곳 화이트채플을 지나가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통 환경이 개선되면서 지역 개발을 추진하려는 건설사들이 많은데다, 관광수요도 늘면서 일대 전세·임대료가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대에서 유명 빵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처음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라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인들이 하나둘씩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런던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뱅크’ 지역과 인접한 것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로빈 힉맨(Robin Hickman)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런던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뱅크 지역이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재개발이 이뤄지면 주택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라며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임대주택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존 저소득층 주민들이 더욱 외곽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리즈 끝>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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