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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⑨좌파당도 놀란 청년원가주택 "모두를 위한 공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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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쉔커 독일 좌파당 의원 인터뷰
"청년만을 위한 주택, 역차별 논란 우려"
"임대주택 늘려 청년·저소득층 모두 혜택을"

[통근지옥 해방일지]⑨좌파당도 놀란 청년원가주택 "모두를 위한 공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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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실패는 부유층보다는 청년·저소득층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집값이 폭등해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났던 사람의 상당수가 이들이었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니클라스 쉔커(Niklas Schenker) 의원이 주택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1993년 베를린 출생의 청년 의원인 그는 베를린주 의회 도시개발·건설·주택 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거하향·통근지옥에 절망하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위로와 연대 의식을 나타내면서 "청년·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저렴한 주택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베를린 주택가에 있는 의원사무소에서 쉔커 의원을 만났다.

쉔커 의원 사무실 창가에 '임대료 상승 그만(MIETEN STOPP)!'이라는 피켓이 놓여있다.

쉔커 의원 사무실 창가에 '임대료 상승 그만(MIETEN STOPP)!'이라는 피켓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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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커 의원이 보기에도 베를린 부동산가격 상승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공급 부족이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베를린에 빈집이 즐비했다. 베를린은 시가 보유한 주택을 대거 매각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변화에 무감했다. 기업이 속속 유치되고 인구는 늘어나고 있었는데 전망을 잘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결론도 주택공급 확대다. 다만 쉔커 의원이 속한 좌파당은 베를린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녹색당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그는 "사민당 등이 주장하는 공급정책은 물량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며 "저소득층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기공급에 집중하다 보면 주택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연립여당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주택몰수 운동에 대한 입장이다. 쉔커 의원은 "시가 주택을 매입해서 더 많은 주택을 사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주택몰수 운동도 계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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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을 강조한 그에게 '신혼희망타운', '청년원가주택' 등 한국의 사정을 들려줬다. 그는 예상외의 답변을 내놨다. "나이를 기준으로 청년만을 위해 주택을 제공하는 것은 차별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쉔커 의원은 "특정 연령대를 위한 주택 공급보다는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을 위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굳이 연령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신규 주택건설 외에도 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한다. 쉔커 의원은 "현재 베를린에서 민간이 주택을 건설하면 전체 면적의 3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 비율을 50%에서 60%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의 경우에는 현재 50%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100%로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양질의 주택공급 외에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임대료 규제 등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정책이다. 그는 "세입자가 수입의 30%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내는 것이 불합리하고, 이를 막겠다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면서 "보다 강력한 임대료 규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땅, 빈집 찾기도 주요 관심사다. 그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일부러 빈 건물을 방치하거나 노후화시키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빈 공간을 내버려 두지 말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법적 도구를 마련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스로 29세 청년 임차인이라고 밝힌 쉔커 의원은 한국의 주택시장 환경과 통근·통학지옥 상황에 대해 연대 의식과 공감을 표하면서 주택공급 확충·교통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29세 청년 임차인이라고 밝힌 쉔커 의원은 한국의 주택시장 환경과 통근·통학지옥 상황에 대해 연대 의식과 공감을 표하면서 주택공급 확충·교통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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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커 의원은 베를린 중심부에서 약간 북쪽인 베딩 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살고 있다. 출퇴근 때는 자전거 20분, 대중교통을 20분 탄다. 그에게 외곽 주거지로 밀려나 통근에만 하루 3~4시간을 쓰는 한국 청춘의 사례를 들려줬다. 그는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만약 베를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고 했다.


"더이상 청년들이 도심 주거지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보급형 주택을 대폭 공급해야 합니다. 정부의 주택 매입·사회화, 임대료 지원·통제는 당연하고. 여기에 더해서 대중교통 체계도 확실히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기차·버스의 배차를 늘리고 더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독일에서도 이미 시행 중입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베를린(독일)=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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