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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⑪‘주민 손으로 이뤄낸 도시재생’… 런던 코인스트리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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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⑪‘주민 손으로 이뤄낸 도시재생’… 런던 코인스트리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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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영국 런던의 템스강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뱅크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미술관 테이트모던은 영국 최대 공립미술관이자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통한다. 템스강을 따라 걷다보면 런던의 아이콘 중 하나인 옥소타워(OXO TOWER)가 보인다. 런던의 아름다운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명소인 만큼 런던 주민들뿐만 아니라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이곳의 소상공인들은 거대자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를 지켜왔다. 이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도시재생을 이뤄낸 결과다.


코인스트리트가 속한 사우스뱅크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이곳에 군수물자 생산 공장과 창고, 항만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해당 시설들은 쓸모없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고, 1970년대에는 영국의 산업구조가 금융·관광 분야 중심으로 바뀌면서 제조업과 해운업 위주인 사우스뱅크 일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지역은 점점 슬럼화 됐고, ‘낙후된 지역’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혔다.

그러던 중 런던에 국제금융도시 개발 바람이 불면서 사우스뱅크에는 사무실·호텔 등 초고층빌딩을 짓고 싶다는 건설회사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해당 개발계획에 반발하던 지역 주민들은 하나로 뭉쳐 코인스트리트커뮤니티건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을 설립해 임대주택과 공원을 골자로 하는 커뮤니티 계획안을 제시했다. 결국 지자체가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은 1984년 본격적인 재생사업에 돌입했다.




선착장 건물을 개조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상가거리로 탈바꿈한 '가브리엘 와프(Gabriel's Wharf)' 일대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선착장 건물을 개조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상가거리로 탈바꿈한 '가브리엘 와프(Gabriel's Wharf)' 일대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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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장 먼저 템스강변 수변로와 공원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 이후 기존 선착장 건물을 개조해 가게와 비즈니스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가브리엘 와프(Gabriel‘s Wharf)’라고 불리는 이 상점가는 일대 소상공인들이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실제로 이곳에서 12년 째 미술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앤드류 데이(Andrew Day)씨는 "임대료를 시세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받고 있어 마음 편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영국 전체가 마비상태가 돼서 매출이 전혀 없었는데 조합에서 임대료를 받지 않는 등 편의를 봐준 덕에 버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8층 높이의 옥소타워도 마찬가지다. 전시공간과 레스토랑, 카페, 바(bar) 등이 가득한 이 건물에는 그 흔한 유명브랜드 카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코인스트리트 조합 이사회에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자본의 유입을 막은 덕분이다. 현재까지도 코인스트리트의 모든 의사결정은 여전히 18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

조합은 새롭게 집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260채가 넘는 조합주택을 지어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이들 중 60채의 임대주택은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소타워에 지어졌으며, 임대료가 시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사회적 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성공은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만들어낸 쾌거다. 매튜 카모나(Matthew Carmona)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변화를 원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조직적인 활동을 펼친 덕분에 지방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었다"라면서 "특히 전문성을 갖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시재생을 이끈 덕분에 장기간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인스트리트 도시재생 사례는 공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모나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덕분에 주민과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고 유연하게 개선해나갈 수 있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좋다"라며 "이런 형태의 지역발전은 개발 당시에 거주하던 주민들만 이득을 보는 게 아니라 후대 주민들까지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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