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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드러난 가상화폐 민낯<中>] 몇 년 전만 해도 드물었는데… 범죄 거래 수단된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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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드러난 가상화폐 민낯<中>] 몇 년 전만 해도 드물었는데… 범죄 거래 수단된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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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올해 1월 한 남성이 형사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선고공판이었다. 판사가 주문하고 양형 이유를 밝힌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동영상 파일을 소지한 것으로, 이 같은 행위는 성 인식을 왜곡시키고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다른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3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전송하고 그 대가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1125건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초범이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가상화폐를 각종 범죄의 거래 수단으로 악용한 형사 사건이 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법정에서 접하기 힘든 사건 유형이었다. 세계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가 재판을 받던 2년에도 ‘가상화폐=거래수단’이란 인식이 희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와 계좌 추적이 어려운 특성 등이 맞물려 관련 사건은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투자금 사기나 다단계 유사수신과 결합된 가상화폐 사건이 말도 못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했다.


◆익명성 부여 가상화폐… 범죄 거래 매개로 = 과거에는 범죄의 거래 수단이라고 하면 단연 ‘현금’이었다. 금융실명제로 차명 거래가 불가능했고, 당사자들끼리 직접 만나 돈을 주고 받는다고 해도 골목 곳곳까지 설치된 폐쇄회로(CC)TV 감시망을 피할 수 없어 비교적 쉽게 덜미가 잡히곤 했다. 반면 가상화폐는 이런 위험성이 모두 지워진 거래 수단이었다. 자연스레 이를 활용한 범죄가 늘어났고 최근에 음란물 뿐 아니라 피싱, 마약 등의 거래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급기야 최근엔 가상화폐를 활용한 돈세탁 사건도 법정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몸캠피싱’으로 갈취한 돈을 공범들이 자금세탁을 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거래소 계정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도 그 중 하나다. 법원은 "공범들의 이익향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사건은 향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애초 태생적으로 부여된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더욱 강화한 ‘다크코인’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크코인은 일반 가상화폐와 달리 거래내역 정보가 일체 공개되지 않는다. 거래기록을 토대로 전자지갑 소유주를 특정하는 현재의 추적 방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가상화폐인 셈이다.


이미 해외에선 다크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유로폴(유럽형사경찰기구)은 지난해 다크코인을 ‘최고 위협’ 항목으로 지정했고, 미국 국세청(IRS)은 다크코인 추적 기술 개발에 6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했다.


◆"각계 참여한 공론화 작업 이뤄져야" =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범죄에 대한 민관 합동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국회의원 일부가 법안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가 필요하다"며 "이제라도 정말 차근차근, 차분차분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했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가상화폐 세계의 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 보통 6개월에서 2년이 걸리는 현 법제화 절차대로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블록체인 연구소장)는 "정부 측이 민간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 시장 특성을 이해하면 나중에 법제화할 때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계좌 개설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처럼 민간 자율규제를 활성화하면 급한대로 시장을 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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