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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한마디 못하던 중국인, '줌'으로 실리콘밸리 신화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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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화상회의'로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기업가치 56조원
Z세대, 생일파티·공연·소개팅까지도 '줌'으로…신조어 '주머' 탄생
'직원'들을 가족처럼…글래스도어 평점 4.8·최고의 CEO를 가진 회사로 거듭

[출처 - 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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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근무와 수업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특히 주목받은 분야는 '화상회의'. 이 중에서도 '줌(Zoom)'은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기존보다 1억 명 늘어난 하루 3억 명 이상이 줌 화상회의를 사용하면서 보안성과 관련한 논란이 있긴 했으나 암호화 기능 등을 추가한 줌 5.0 버전을 공개하면서 해당 논란도 수그러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불리는 줌은 지난 2011년 한 중국인이 세운 화상회의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6억6200만 달러(약 8100억원)에 달하며, 최근 코로나19로 기업가치는 460억 달러(약 56조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실적은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기업이다.


창업주 에릭 유안(Eric Yuan)은 중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올 당시 영어 한마디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영어가 안 돼 비자를 무려 8번이나 거절당하고 1997년 9번의 도전 끝에 비자 승인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웹엑스라는 화상회의 솔루션 업체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러다 2007년 웹엑스가 시스코에 인수되면서 에릭은 30대 후반의 나이로 시스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몇 년 뒤 그는 대기업 부사장직을 포기하고 자신의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2011년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일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줌'을 탄생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은 모두 줌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미 화상회의 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양분하는 레드오션이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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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에서 빛 난 '줌'

줌은 후발주자였던 탓에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고, 에릭은 새로운 방식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제안했다. 대부분 화상회의 솔루션은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편의, 부가적인 서비스에 불과했으나 줌은 전문성을 더했다. 최대 100명이 함께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화상 녹화는 물론 회의 내용까지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기능을 제공했다. 화면공유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 화면을 공유할 수 있고, 회의 중 보드 기능으로 텍스트 화면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애플의 페이스타임 등은 일부 기기에서만 작동하는데 줌은 PC나 노트북은 물론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잘 작동한다. 각각 서로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근무자를 모아놓은 기업들이 줌을 선택한 이유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은 줌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실제로 우버는 매일 1500번가량 줌을 통해 회의가 이뤄진다고 한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들도 줌에 열광한다. 줌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Z세대들을 일컬어 '주머(Zoomers)'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일종의 '줌 문화'가 형성돼 줌을 이용해 생일파티를 열거나 공연을 열기도 한다. 바로 소셜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 화면에 인스타그램과 같은 필터를 넣을 수도 있고, 틱톡과 같이 배경을 편집할 수도 있다. 침실이 우주로 변할 수도, 화장실이 에펠탑 앞으로 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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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직원을 돌보고, 직원들은 동료들과 스스로를 돌본다"

줌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창업주 에릭 유안 때문이다. 에릭 유안은 줌 창업 당시 40여 명의 동료 엔지니어들이 따라나섰을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채용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최고의 CEO'로 에릭 유안이 뽑힐 정도다. 평가에 참여한 임직원 중 99%가 그를 최고의 CEO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줌은 '케어 문화'를 구현했다. 직원들이 집만큼이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바로 직장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내문화다. 경영진은 직원을 돌보고, 직원들은 동료들과 스스로를 돌보는 것. 그리고 고객과 지역 공동체까지 돌본다는 것이 줌의 철학이다.


그래서 줌에는 '해피니스 크루'라는 부서가 있다. 직원들이 즐겁게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돕는 부서로, 회사의 모든 복지와 환경을 담당한다. 복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병가를 낸 직원에게는 응원 메시지가 담긴 롤링페이퍼와 함께 평소 좋아하던 식당의 쿠폰을 보내기도 하고, 할머니 기일을 맞은 직원에게는 할머니와 즐겨 먹던 파이를 선물하기도 한다. 게다가 부모님을 회사로 초대해 회사를 둘러보고, 자녀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에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줌 자체에 대한 평가도 높다.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5점 만점의 회사 평가에서 줌은 4.8점을 기록 중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매년 이름을 올리는 구글도 4.5점대다.


지난해 나스닥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데뷔한 줌, 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도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2019년 4월 기업공개에 나선 줌은 거래 첫날 주식이 72%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비슷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보이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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