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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도심 속 회화 '수직정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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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수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서울시 신청사의 수직정원.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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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짧은 점심시간 나무와 꽃들로 조성된 회사 근처의 공원에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 즉 힐링의 공간이 바로 공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도심 속 녹지는 모든 사람의 안식처입니다. 최근 공원이 아닌데도 뭔가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들이 눈에 띕니다. 커다란 빌딩들이 식물로 뒤덮여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의 낯설음이 아닌 친근감이 들게 합니다.

도심에 공원을 만들고, 빌딩의 옥상에 녹색의 정원을 조성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 외벽에 식물이 촘촘하게 자라날 수 있는 건물을 짓습니다. 이렇게 식물이 수직의 벽면에서 자라거나 설치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정원을 '수직정원(Vertical Forest)', 또는 '그린월(Green Wall)', '리빙월(Living Wall)'이라고 부릅니다.


철로 만든 틀을 벽체에 고정시킨 후 식물의 뿌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부직포를 깔고,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이용해 방수처리를 해 만듭니다. 여기다 펌프 시스템을 통해 물을 공급,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아예 콘크리트에다 식물을 바로 심어 그 식물이 자라도록 하는 수직정원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최근 유명한 건물들은 대부분 수직정원을 만든다고 합니다. 실제 수직정원을 조성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식물은 뿌리로 물을 빨아들인 뒤 잎을 통해 물을 증발시키는데 이때 주변의 열까지 함께 빼앗아 갑니다. 이를 통해 건물 주위의 온도가 최대 10℃까지 낮아진다고 합니다.

요즘은 아예 콘크리트에 식물을 바로 심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요즘은 아예 콘크리트에 식물을 바로 심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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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녹지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직정원이 탁월한 대안으로 등장한 셈이지요. 식물들은 이산화황이나 암모니아 같은 실내 오염 물질뿐 아니라 미세먼지도 흡착하는데, 영국의 한 연구팀은 실제 실험을 통해 나무를 심는 것보다 수직정원을 설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수직정원은 ?에너지도 절약하게 해줍니다. 여름에는 건축물의 표면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가 실내 냉방을 더욱 세게 가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외벽에 수직정원이 있으면 식물들이 태양열을 반사해 여름철 실내온도를 3~5℃가량 낮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실내의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건물 내외부의 ?온도차가 크면 건축자재들이 팽창·수축하면서 균열이나 부식하기도 하는데, 수직정원은 이 온도차를 줄여주고, 산성비나 자외선의 직접 노출도 차단해 건물을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새들이 도시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곤충들의 서식지가 돼 도시 생태계 복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직정원은 서울시 신청사 내부에 있습니다. 2012년 완공된 서울시 신청사 수직정원은 서울광장의 잔디가 벽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을 물결무늬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7층 높이의 벽면 1516㎡의 규모로 실내공간 전면부를 가득채운 이 수직정원에는 산호수, 이글레오네마,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럼 등 14종 6만3000본의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 외곽에 조성된 수직정원.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부산현대미술관 외곽에 조성된 수직정원.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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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면에서 세계 최대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는데,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실내 온습도를 조절해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크지 않아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수직정원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과 지열로 만든 에너지와 빗물을 사용하는 친환경적 정원입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정원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작업한 것으로 국내 자생식물 175종을 식재했습니다. 패트릭 블랑은 정원은 땅 위에 있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흙이 없는 수직 콘크리트 벽 위에 에어 플랜트를 이용한 수직정원을 탄생시킨 장본인입니다.


수직정원은 도심을 숲으로 만드는 작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회색빛 콘크리트 사이에서 녹색벽을 발견할 때의 상쾌함은 누구나 느끼실 겁니다. 패트릭 블랑은 "수직정원은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는 회화"라고 표현했습니다. 대기오염이 일상화된 대도시에서의 삶이 불가피한 시대라면, 수직정원이라도 많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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