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2019]삼성·LG, TV 맞수들의 '8K 혈투'

삼성 "AI 화질엔진, 1위 자신"
LG "픽셀수 아닌 선명도로 승부"

[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글로벌 IT업계의 리딩컴퍼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시장과 시대를 선도하는 업체인 만큼 현장에서 이들이 내놓은 미래 비전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은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는 IFA 2019 개막에 앞서 5일(현지시간) 단독전시장인 시티 큐브 베를린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 '미래를 디자인하라(Design Your Tomorrow)'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유럽 총괄 마케팅 담당 상무는 "삼성전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AI·5G·연결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는 같은 날 '어디서든 내 집처럼(Anywhere is Home)'이란 주제로 'LG 미래기술 좌담회'를 열고 AI 비전을 부각시켰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사장)은 "AI 전략인 진화(Evolve), 접점(Connect), 개방(Open)을 통해 어디서든 내 집처럼 생활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며 "인공지능 브랜드 'LG 씽큐(LG ThinQ)'의 적용 제품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가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차세대 TV인 '8K TV' 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영상의 화질과 관계없이 8K 수준의 화질로 변환해 주는 인공지능 화질 엔진 '퀀텀프로세서 8K AI' 등의 기술이 망라된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LG전자 역시 자사 8K TV의 해상도·선명도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이날 베를린 더 웨스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사업전략에 대해 "올해 큰 변화나 위기가 없다면 TV는 14년째 세계 1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31.5%(금액 기준)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8K TV를 중심으로 글로벌 TV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에서 8K 마케팅은 삼성전자가 가장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서 AUO, TCL, 파나소닉 등과 함께 민관 협의체인 '8K 협회(8K Association)'를 만들어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8K 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하지 않은 채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LG전자는 이날 자사 8K TV의 화질을 내세웠다. LG전자는 IFA 전시관에 올해 출시한 75인치 8K 나노셀 TV를 왼쪽에 놓고 '리얼 8K'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른쪽에는 '다른 8K(Other 8K)'라는 표현과 함께 동일한 크기의 삼성전자 제품을 나란히 배치했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것이다.

LG전자는 비교시연을 통해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립한 디스플레이표준 기준인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제품과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ICDM은 픽셀의 수(화소수) 외에도 화질 선명도가 50% 이상을 충족해야 8K TV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상도는 픽셀수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픽셀이 얼마나 정확한 화질을 보여주는 것이냐에 달린 것으로, 선명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CM 수치가 50%를 넘지 못하면 8K 해상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8K TV는 화질 선명도가 12%인 반면 자신들의 나노셀 TV는 9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양사 제품의 TV 디스플레이를 확대경으로 크게 바라본 모습도 스크린으로 소개했다. 삼성전자의 8K TV를 확대한 장면에선 사람의 피부나 흑백 화면에 표기된 흰색 글자의 선명도가 흐릿하게 표현됐다. 일부 장면에선 글자가 '그물망' 형태로 도드라지게 나타났는데, LG전자는 이를 두고 '모기장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LG전자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만든 8K 협회에 30개 이상의 기업이 가입했다"며 "8K 기준 부적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