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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출신이 말하는 '범죄소년'

최종수정 2019.07.11 21:49 기사입력 2019.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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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8>'범죄소년'을 말하다

소년원 출신이지만 자립 성공한 박보희 주임
바리스타로서 자립 준비중인 이주희씨

"범죄소년 되는 첫번째 요인은 주위환경"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심각성 깨닫는 것"
"우린 결국 '범죄자'…하지만 지켜봐줬으면"

소년원 출신이 말하는 '범죄소년'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소년원을 두 차례 다녀왔다. 자기 자신조차 포기했던 박보희(29ㆍ여) 한국소년보호협회 주임은 언젠가부터 자신을 닮은 청소년들을 사회로 되돌려 놓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협회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이주희(24ㆍ여·가명)씨 역시 소년원 출신이다.


이씨는 열일곱 살에 소년원을 나와 '생활관'에 입소하면서 당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던 박 주임을 만났다. 이후 협회에 자리를 잡은 박 주임은 방황하던 이씨를 다독여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자립을 이뤄낸 박 주임과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이씨와의 대화를 통해 청소년 문제를 짚어봤다.


-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이주희) 나 같은 경우엔 친부모님이 안 계셨고, 큰집에서 생활했다. 맞고 자라거나 하진 않았지만 가족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 집에 안 들어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나쁜 짓을 하게 됐다.

박보희) 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지게 되는 요인들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 보호자가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도 많고, 가정이 해체돼 뛰쳐나오고 나면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범죄로 돈을 버는 게 가장 쉬운 상황이 된다. 또 최근엔 어린 친구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소년원 출원 후 한국소년보호협회 '자립생활관'을 거친 이주희(24·가명)씨는 현재 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매니저 업무를 하며 바리스타로서 자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년원 출원 후 한국소년보호협회 '자립생활관'을 거친 이주희(24·가명)씨는 현재 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매니저 업무를 하며 바리스타로서 자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소년원 출원 후 들어간 생활관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

이) 정확한 명칭은 청소년자립생활관이다. 기본적인 숙식 제공과 학업, 취업 활동을 지원해준다. 학교도 싫고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 열일곱 살에 안양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갔다. 동네에 머물면 친구들과 계속 어울리며 인생이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박) 한국소년보호협회가 2001년 자립생활관을 열게 된 이유는 소년원 출원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는 법무부에서도 소년원을 나온 친구들의 재범률이 높다 보니 장학사업 등을 협회에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 8개 생활관이 있고, 한 곳 당 정원은 11~18명 정도다.


-생활관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이) 17살 때 단체생활을 하면서 5~6살 언니들과 생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박 주임을 가리키며) 무서운 언니들이 정말 많았다(웃음). 외출 뒤엔 오후 5시30분까지 복귀해야 하는 등 생활관은 규칙이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1년 만에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1년 동안 밖에서 방황하게 됐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 먹고 놀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빌면서 다시 생활관에 들어가게 됐다. 생활관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보고, 자격증 따서 떠나는 걸 보며 깨달았고, 20살이 끝날 때쯤 지원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됐다.

박) 주희는 당시 약간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단체 생활에 어려움 겪었다. 뛰쳐나갔을 때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주희를 다시 받는 걸 반대했었다. 하지만 관장님은 다시 받아주셨다. 협회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 아이들에게 생활관에 들어올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가정환경 때문에 소년원 출원 뒤 가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게 되면 범죄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범죄소년을 변하게 만드나

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심각성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활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른들을 엄청 싫어했다. 그런데 생활관 관장님께서 나를 친딸처럼 대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이런 어른도 있구나 싶었다. 기관에 들어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생활을 제대로 못 해서 온 것이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법을 잘 모른다.

박) 어른의 중요성은 나 역시 소년원을 다녀오며 크게 느꼈고, 다른 아이들도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다. 내가 현재 관리를 하고 있는 한 아이는 5박6일 동안 자전거 종주대회를 다녀온 뒤 '세상에 나쁜 어른만 있지 않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른들에 대한 반감이 있고 나중엔 그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 가게 된다.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박) 소년원 생활이라고 하더라고 우린 범죄자다. 결국, 살면서 정말 잘 살아도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더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아이들 대부분이 폭행 등 누군가를 괴롭히는 범죄를 저질렀다. 이건 평생 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평생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내리는 '낙인'에 아이들은 '난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잘못이 아니라면 한 번의 실수는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된다. 칭찬이 없어도 좋다. 다만 '너 한번 두고 보자'라는 정도의 마음으로라도 지켜봐 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커피에 관심이 정말 많다. 협회에서 학원비 지원을 받아 라테아트 유럽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땄다. 1급을 따려고 준비 중이고, 로스팅도 배우고 있다. 앞으로는 마케팅도 배워서 카페 창업하시는 분들에게 메뉴를 선정해주는 등 창업 초기 기본기를 잡아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박) 예산문제와 인력문제가 심각하다. 특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후원금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아이들 교화에는 직업 훈련도 필요하지만 인성교육도 절실하다. 인성교육사를 투입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사 석사과정을 수료 중인데, 이를 발판으로 협회와 아이들에게 더 기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싶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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