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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년 수형자다...소년범의 눈물

최종수정 2019.06.15 10:45 기사입력 2019.06.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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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1>처벌만이 능사인가…늘어가는 범죄소년

오후 5시, 방으로 돌아오면
내일 아침까지 갇혀있을 생각에
다시 가슴이 답답…

나는 소년 수형자다...소년범의 눈물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 #오전 6시 30분. 기상 소리를 듣고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살에 부스스 눈을 뜬다. 그나마 요즘 같은 여름에는 햇빛이라도 들어와 다행이다. 한겨울에는 깜깜한 어둠 속에 눈을 떠야 한다. 다른 수형자들도 잠에서 깬 듯 부스럭거리더니 이내 모두 몸을 일으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이불과 베개들을 모아 찬장에 넣고 나면 그나마 공간이 좀 생긴다. 내가 지내는 곳은 17.1㎡ 넓이의 이른바 '거실'이다. 5평 남짓한 이 방에는 나를 포함해 모두 7명의 소년 수형자들이 지낸다. 6시 40분부터 인원점검이 진행된다. 7명이 나란히 앉아 교도관들의 확인을 받는다.


#오전 7시. 아침 식사가 들어온다. 오늘 아침 메뉴는 쌀밥과 참치김칫국, 고들빼기 무침, 배추김치다. 오늘은 내가 설거지 당번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 막내(마지막에 들어오거나 나이가 가장 어린 수형자)'가 설거지를 전담했지만, 요즘은 날마다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한다. 서열이나 수직적 위계가 과거보단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8시부터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방을 나가면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까지 다시 들어올 수 없다. 하루 일과 중 필요한 생활용품을 잘 챙겨 나가야 한다. 교도관의 감독 하에 방문이 열리면 일렬로 줄을 서 교육장으로 향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출역'이라고 부른다. 5m 간격으로 서 있는 교도관들을 향해 힘찬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8시 20분 정도면 교육장에 도착한다. 나는 한식조리 직업훈련반에 소속돼 있다. 우리 방 수형자 7명과 다른 방 2곳의 수형자 9명 등 총 16명이 같은 훈련반에서 교육 받는다. 오늘은 이론 수업이 없어 오전에는 운동을 하는 날이다. 오전 9시가 되자 교육장 내 간단한 청소를 한 뒤, 친한 수형자 5명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가 족구시합을 했다. 다른 수형자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맨손운동을 한다.

김천소년교도소의 소년 수형자들이 직업훈련 교육장에서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자동차 정비, 한식 조리, 제과ㆍ제빵, 바리스타 등 4개 직업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김천소년교도소의 소년 수형자들이 직업훈련 교육장에서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자동차 정비, 한식 조리, 제과ㆍ제빵, 바리스타 등 4개 직업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오전 10시 30분. 운동을 마친 뒤 공동 목욕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 교육장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둘러 앉아 선생님과 오후 실습시간에 만들 음식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휴식 시간을 가졌다. 나를 비롯해 몇몇 수형자들은 챙겨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전 11시 50분쯤부터 점심 식사 준비를 한다. 당번인 수형자들이 밥과 국, 반찬이 든 통을 받아와서 교도관 감독 하에 동일한 양으로 배식을 한다. 과거 암암리에 서열이 존재하던 때에는 권력을 가진 수형자가 맛있는 반찬을 많이 받거나 궂은 일에서 빠졌던 적도 있다고 한다. 교도소 차원의 노력과 교도관의 감시가 늘면서 서열화와 수형자들 사이 충돌은 많이 줄었다.


#오후 1시. 오후 일과가 시작된다. 오늘 실습 시간에 배울 요리는 미나리강회와 표고전이다. 당장 다음 주(시험은 6월 11일 치러졌다) 있을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을 앞두고 최종 연습을 하는 단계라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53가지 메뉴 중 2가지가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모든 음식에 대한 조리법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취재 나온 기자와 인터뷰 하던 중 선생님이 "아이들의 습득력이 빠르고 집중력이 높아 전원 합격을 기대한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오후 4시30분이 넘어서야 끝난 실습에 몸이 기진맥진해졌다. 교육장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다시 일렬로 서서 '거실'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그나마 바깥 공기도 마셔가며 다른 방 수형자들과 말이라도 섞을 수 있었지만 이제 다시 방으로 돌아가 내일 아침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김천소년교도소의 소년 수형자들이 직업훈련 교육장에서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자동차 정비, 한식 조리, 제과ㆍ제빵, 바리스타 등 4개 직업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김천소년교도소의 소년 수형자들이 직업훈련 교육장에서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자동차 정비, 한식 조리, 제과ㆍ제빵, 바리스타 등 4개 직업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오후 5시. 방에 돌아와 간단한 세면과 방 청소를 끝내고 저녁을 먹는다. 저녁 메뉴는 쌀밥과 다슬기부추된장국, 돈채두부조림, 단무지무침, 배추김치다. 저녁 메뉴에는 아침에 없었던 돼지고기가 조금이나마 들어가 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시간에는 전국 교도소 각지에서 보내 온 수형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다른 수형자들의 사연과 나의 과거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 묘하게 많아 자주 울컥한다.


#오후 7시. 저녁 인원 점검이 있다. 인원 점검이 끝나면 자유시간이다. 자유시간이라고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다른 수형자들과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이쯤 되면 창밖도 어두컴컴해져 '정말 내가 교도소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요즘 읽는 책 제목은 '죄수 리쿠'다. 만화책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오후 8시 50분. 이부자리를 펴고 소등이 이뤄진다. 그리고 9시.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이 기사는 김천소년교도소를 방문해 소년 수형자들을 만나 하루 일과를 들은 사실을 토대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인원과 시간대,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사항이기에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죄에 대한 벌 당연…다시는 그렇게 안 살겠다"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 전에 저부터 새 사람이 돼야겠죠."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소년 수형자 김아무개(19)군을 기다렸다. 아직 10대 티를 벗지 못한 앳된 김군이 기자 앞에 섰다. 예상과는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 김군은 성범죄를 저지르고 2017년 김천소년교도소에 수감됐다. 출소는 2024년. 아직 5년이 남았다. 보석이나 감형이 불가능한 성범죄자 특성상 김군은 같은 방에서도 가장 수형기간이 많이 남은 '장기수'로 분류된다.


교도소 생활에 대해 묻자 김군은 "내가 죄를 저질러서 들어왔고, 그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면서 "매일 피해자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부모님 이혼으로 조부모 아래서 자랐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동네 형들과 어울려 다녔고 17세때 잘못된 선택을 했다. 24살까지 7년이란 청춘의 시간이 이곳에서 멈추게 된 사연이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아직도 후회를 많이 해요. 다시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고, 이곳에서 나가게 되면 새 삶을 살고 싶어요."


나는 소년 수형자다...소년범의 눈물


김군은 이곳에서 만큼은 스스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범수로 평가 받는다. 낮엔 뮤지컬 공연 연습을 하면서 성격도 밝아졌다.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출소 후 미래를 그리고 있다. 김군은 "연말마다 뮤지컬 공연을 하는데 지난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와서 공연을 보셨다"면서 "무대 위에서 두 분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시는 이런 곳에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너무 죄송했다"고 회상했다.


김군은 인터뷰 도중 한참을 고민하다 힘겹게 입을 뗐다. 자신과 같은 또래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 부탁이 있다고 했다.


"가끔은 가족이나 주변 어른들이 조금 더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다거나 관심 있게 지켜봐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곳에 있는 다른 수형자들을 보면 가정 환경이 안 좋거나 주변 친구들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힘이 들 때는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아이가 나와서는 안 되겠죠.


※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김민진 차장 박나영 이관주 유병돈 송승윤 정동훈 이승진 기자) enter@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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