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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⑩애플에 366배 수익 안긴 '이 회사'에 인텔도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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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x86 시대… 파운드리를 위해 ARM 손잡은 반도체 거인
스마트폰 이어 PC도 ARM시대 열리나
ARM, 고사 위기 애플도 살려내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사진출처=apple·arm]

[사진출처=apple·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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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D램과 중앙처리장치(CPU)를 세상에 선보인 기업이다. HP와 같은 기업도 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 인텔이었다. 인텔이 만든 칩으로 전 세계의 PC와 데이터센터의 서버들이 작동했다. 세계 반도체 기업 1위도 당연히 인텔이었다. 분야가 다르지만, 삼성전자도 인텔을 추격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승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TSMC가 앞서나갔고 삼성 역시 인텔을 추월했다. 삼성과 TSMC가 승기를 쥔 반도체 미세 공정 진화 승부는 이렇게 굳어지는 듯했다.


최근 인텔이 영국 ARM과 1.8나노 공정에 협력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인텔과 ARM은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였다. 서로가 지양하는 칩의 시작점이 너무나 다르다. 그런데 협력한다니,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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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x86 시대… 파운드리를 위해 ARM 손잡은 반도체 거인

현재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는 위탁생산(파운드리)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 업체로 파운드리에 특화한 TSMC 추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과 TSMC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한때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이자 종주 기업임에도 반도체 생산 경쟁의 핵심인 미세공정에서 밀린 인텔의 상황은 더욱 급하다.

인텔은 40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미국과 독일에서 파운드리를 위한 라인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을 미국에서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인텔이 실현 중이다. 문제는 인텔이 무엇을 생산하느냐다. 인텔의 x86 CPU를 생산하기 위해 이런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나선 걸까. 그럴 리 없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x86의 시대는 기울고 있다. 스마트폰, 특히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거스를 수 없는 수순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규모 PC 교체 수요가 발생하기 전까지 PC 산업은 추락을 거듭했다.


더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금 반도체 경쟁의 최전선은 저전력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이다. 애플이 가장 앞서가는 분야다. 그 뒤를 퀄컴, 삼성전자가 맹추격하고 있다. 보다 미세한 공정에서 전력을 덜 소모하는 반도체를 뽑아내려는 경쟁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됐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기업이 있다. 아마도 반도체 생태계의 가장 최상위 단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설계(IP)가 없이는 아예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바로 영국 ARM이다.


ARM과 주요 반도체 업체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반도체 생태계의 윤곽을 알 수 있는 시발점이다. ARM의 손을 잡은 파운드리가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TSMC는 지난 2001년부터 ARM9과 ARM10 IP를 확보해 생산에 나선 첫 파운드리 업체가 됐다. 이후 TSMC는 ARM과의 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TSMC는 전세계에서 ARM 칩 생산에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 결과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ARM과의 협력이 시작된 후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TSMC와 비슷한 시기 ARM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칩 개발에 나섰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은 애플 아이팟용 낸드 플래시메모리 공급계약을 2007년에는 아이폰용 AP(Application Proccesor)까지 확대했다. 그렇게 삼성 'S5L8900'은 아이폰의 심장으로 '펌프질'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은 엑시노스 칩을 통해 모바일 SoC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가 됐다.


지금도 ARM의 라이선스가 없이 로직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코어 설계에만 오랜 기간과 비용을 써야 한다. 성능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이미 마련된 ARM 파운드리 기술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선택을 쉽사리 할 수 있는 강심장인 기업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인텔이 ARM과 협력해야만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팹리스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 이어 PC도 ARM시대 열리나
[애플 쇼크웨이브]⑩애플에 366배 수익 안긴 '이 회사'에 인텔도 달라붙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제 모바일 기기에 국한되던 ARM의 시장은 PC시장도 노린다.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최근 오는 2027년까지 ARM 기반 노트북 시장이 현재보다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점유율은 15%지만 4년 후에는 25%로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반면 인텔의 점유율은 올해 68%에서 2027년 6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AMD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16.7%에서 14.4%로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인텔이 잃은 점유율이 고스란히 ARM PC의 몫이 된다는 뜻이다.


ARM PC 시장은 현재 90%가 애플의 몫이다. 시장이 늘어날수록 애플이 누리는 성과도 커진다는 의미다. 카운터포인트는 향후 ARM PC 성장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속에 퀄컴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윈도진영의 노트북 PC시장에도 격변을 예고한 것이다.


인텔이 ARM과 협력해 타사가 설계한 칩을 제조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ARM이 설계한 칩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텔이 ARM 칩을 생산하는 순간 반도체 역사는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ARM, 고사 위기 애플 살려내다

ARM은 이미 죽어가던 기업도 살려낸 마법을 부린 바 있다.


애플은 1990년대 초반 첫 모바일 기기로 뉴턴 메신저를 개발하며 ARM이 설계한 칩을 사용했다. 지금이야 ARM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ARM도 스타트업일 때가 있었다.


당시에도 대기업인 애플에 비해 ARM의 전신이었던 아콘(ACORN)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아콘은 애플과의 협력 과정에서 반도체 개발 부문을 분리해 ARM을 설립했다. 초기 주주가 애플과 VLSI였다. 아콘이 12명의 직원을, VLSI는 소프트웨어를, 애플은 300만달러를 내놓았다.


애플의 초기 ARM 지분은 43%에 달했다. 이는 이후 이어진 양사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ARM의 주인 중 한 곳이 애플이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ARM은 독립 후 저전력 RISC SoC와 임베디드 용 칩을 위한 설계에 주력했다. ARM에 설계에 기반한 다양한 반도체들이 폭넓게 사용됐지만, 업계를 주도한다는 위상은 부족했다. 저전력 기반이다 보니 당연히 인텔 x86 계열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개화하기 전 ARM도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애플은 이런 ARM을 가장 잘 이용한 회사다. 오히려 ARM이 애플을 살린 것일 수도 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의 일이다. 잡스는 도산 직전인 애플을 살리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을 정리하며 1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정도 자금은 90일 정도의 생명 유지를 위한 산소호흡기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더 큰 자금이 필요했다.


마침 1998년 ARM이 영국 증시에 상장했다. 잡스는 ARM의 나스닥 상장 후 보유 중이던 ARM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 무려 11억달러가 애플 통장에 들어왔다. 초기 투자금 300만달러은에 366배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초대박인 투자였던 셈이다. 이 돈은 잡스와 애플의 생명수였다. 이후 잡스와 애플은 아이맥과 아이팟으로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아이팟은 애플이 ARM이 설계한 칩으로 성공을 거둔 첫 계기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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