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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전쟁사]전력·통신마비 '기우' 아니다…北 공중폭발 연습에 주목받는 'EMP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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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공중폭발시 발생하는 전자기파
1962년 美 핵실험에 하와이 마비
첨단기기 많아질수록 EMP위협 커져

[뉴스in전쟁사]전력·통신마비 '기우' 아니다…北 공중폭발 연습에 주목받는 'EMP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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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북한이 최근 전술핵탄두를 공중폭발시키는 사격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핵무기를 활용한 전자기펄스(EMP·Electro Magnetic Pulse) 공격 능력을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EMP는 핵무기 공중폭발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를 이용해 주변 지역의 전자기기를 한꺼번에 모두 마비시키는 무서운 무기로 알려져있죠.


특히 각종 전력망과 통신망이 즐비한 대도시 상공에서 EMP탄이 폭발할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도시 주요 인프라 기능이 멈추면서 큰 재난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공상과학(SF) 영화 등에서 EMP 공격으로 인해 마비된 도시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공포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2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전날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500m 상공에서 공중폭발한 시험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전날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500m 상공에서 공중폭발한 시험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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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정부의 핵위협이 커지면서 EMP탄 공격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꺼번에 EMP탄이 폭발하며 인류문명이 수세기 뒤쳐지는 'EMP 아포칼립스'라는 장르가 최근 인기를 끌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과학계에서는 EMP탄의 위력을 영화나 일부 미디어에서 지나치게 과장한 부분이 있다면서 근거없는 공포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요. EMP탄이 실제 폭발하면 도대체 어느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뉴스(News) : "北, 핵 공중폭발 타격 시범사격 진행"
2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전날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500m 상공에서 공중폭발한 시험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공중폭발 훈련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2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전날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500m 상공에서 공중폭발한 시험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공중폭발 훈련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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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관련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3월28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군이 핵 공중폭발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중부전선의 중요 화력타격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사일부대에서 3월 27일 관하 구분대들을 중요 화력타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시범교육사격 훈련을 진행하였다"며 "군부대 직속 교육중대가 동원되였으며 지상대지상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 공중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사격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군이 전술핵탄두를 500m 상공에서 공중폭발하는 훈련을 벌였다고 밝히면서 '핵EMP(Nuclear Electromagnetic Pulse)' 공격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훈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죠. 핵EMP란 고도 3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핵무기를 공중폭파시켜 도심지의 전신,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전략무기를 뜻합니다.


핵무기를 공중폭파시키면 여기서 막대한 양의 방사선이 발생하고, 이 방사선은 대기 중의 산소와 질소 등 물질들과 충돌하면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킵니다. 이 전자기파가 순식간에 지상까지 퍼지면서 각종 전자제품 내에 있는 반도체와 회로가 망가지게 되고, 이에따라 대도시 지역은 큰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미 미국 안팎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북한이 핵EMP탄 개발에 성공해 일부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대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통신장애 문제 중 일부가 북한의 EMP탄 실험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역사(History)1 : 1962년 美 태평양 핵실험, 1400km 떨어진 하와이 EMP 피해
1936년 1월 타임지 표지모델로 등장했던 미국의 핵물리과학자인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 박사의 모습.

1936년 1월 타임지 표지모델로 등장했던 미국의 핵물리과학자인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 박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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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탄은 그럼 언제부터 개발된 것일까요? 먼저 EMP탄의 개념 자체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1922년 미국의 핵물리 과학자인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 박사가 발견한 '콤프턴 효과(Compton Effect)'가 이 EMP탄 탄생의 근간이 됐습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콤프턴 박사가 발견한 콤프턴 효과란 엑스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다른 원자와 충돌할 때, 원자 내의 전자가 외부로 튀어나오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것은 발견 당시에는 빛이 파장 뿐만 아니라 입자의 성질을 띄고 있다는 입자설을 증명하는 주요한 학설이 됐고, 1927년 콤프턴 박사도 이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죠.


이후 1942년 미국이 2차대전 당시 극비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였던 일명 '맨하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당시부터 계획에 참가했던 과학자들은 콤프턴 현상에 따라 핵무기 폭발시 막대한 양의 전자기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갓 초창기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정도였던 당시에는 전자기기 자체의 수가 적어 이 전자기파가 당장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1962년 미군의 고고도 핵폭발 실험인 '스타피시 프라임(Starfish Prime)' 실험 직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촬영된 인공 오로라의 모습.[이미지출처=미 국방위협감소국(DTRA)]

1962년 미군의 고고도 핵폭발 실험인 '스타피시 프라임(Starfish Prime)' 실험 직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촬영된 인공 오로라의 모습.[이미지출처=미 국방위협감소국(D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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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가 무서운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1962년 7월 '스타피시 프라임(Starfish Prime)'이라 불린 미국의 고고도 핵실험을 통해 입증됐습니다. 당시 미군은 하와이에서 약 1450km 떨어진 존스턴 환초(Johnston Atoll) 상공에서 고고도 핵실험을 벌였습니다. 지상 약 400km 고고도에서 1.4메가톤(Mt) 규모의 핵탄두를 공중폭파시켰는데요.


해당 핵실험은 미군의 예상을 뒤엎고 매우 거대한 전자기파를 형성했습니다. 미군은 정확한 EMP 피해 측정에 실패했고, 이곳에서 무려 1450km 떨어져있던 하와이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가로등 300여개가 한꺼번에 고장나고, 일부 전화선이 먹통이 됐고 도난경보기가 일시에 울려퍼지면서 하와이 일대가 난리가 났죠.


이후 핵EMP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하게 되면서 영국, 프랑스, 소련 등 당시 핵개발국가들도 일제히 EMP실험에 나서게 되고 EMP탄 전력확보를 위한 실험에 나서게 됐다고 합니다.

◆역사(History)2 : 미군, 이라크전에 '비핵 EMP탄' 사용…개발 경쟁
지난 2003년 3월,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 해병대가 사담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리고 있다.[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난 2003년 3월, 이라크전 당시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 해병대가 사담 후세인 동상을 무너뜨리고 있다.[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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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 이후인 1990년대부터는 전 세계적인 핵군축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핵EMP탄의 사용은 제한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핵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비핵EMP(NN-EMP: Non-Nuclear Electromagnetic Pulse) 폭탄이 개발되는데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이 이 비핵EMP탄을 실전에 활용하면서 EMP공격이 실전에 사용된 첫 사례로 남게 됩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방송국을 공격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20억와트(W) 이상의 막대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고출력 극초단파(High-Power Microwave)'탄을 발사했습니다. 이로인해 목표물이던 이라크 방송국과 반경 1km 내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가 완전히 마비됐죠.


이후 각종 영화와 미디어매체를 통해 EMP공격을 극적으로 묘사한 장면들이 나오면서 EMP탄에 대한 공포가 커지게 됐습니다. 이로인해 2003년 당시 미 당국에서 가짜뉴스와 지나친 공포심을 차단코자 팩트시트(Fact Sheet)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워싱턴주 보건부(Washington State Department of Health)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EMP탄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지 않으며, 인명피해없이 전자기기를 불능시키는 무기라고 적고 있습니다. 적당한 차폐장치를 회로와 반도체에 미리 설치하면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죠. 미국에서는 이미 차량이나 주요 전신, 통신시설에는 EMP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폐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첨단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높아지는 EMP 위험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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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핵EMP든 비핵EMP든 첨단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자동화기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으로 반도체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전력, 통신망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현대에는 과거보다 훨씬 EMP 공격 위험에 취약하기 때문이죠.


EMP탄은 대기권 밖에서 주로 폭발하기 때문에 일반 핵공격과 달리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에 방사성 물질들이 대부분 흩어지기 때문이라는데요. 또한 전자기파 역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해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고 하죠.


또한 회로 자체가 매우 간단한, 건전지로 움직이는 라디오나 손전등, 구형 가솔린이나 디젤엔진 등 수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차량은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내장배터리를 가진 전기차나 시동 및 운행 자체가 전자 시스템 의존이 높아진 최신형 차량들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로인해 EMP탄은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에 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고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도 비핵 EMP탄을 개발해 보복공격에 나서도 기술개발이 한창 뒤쳐져 전자기기가 별로 없는 후진국에서는 오히려 큰 피해를 입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북한과의 대치에서도 이 문제는 그대로 적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쪼록 EMP 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안이 하루속히 마련되길 기원해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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