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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주4일제 실험하니…이직률 절반 '뚝', 기업 20%는 '부정적'[오피스시프트]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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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개 기업·2900여명 참가해 6개월간 진행
회사 특성 고려해 다섯 유형으로 적용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최대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치러진다.'


영국에서 지난해 6월 시작한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외신들은 당시 이렇게 표현했다. 참여 기업이 60개가 넘고 참가자는 3000명에 가까운 민간단체들의 대규모 실험이었다. 8개월 뒤인 지난 21일(현지시간) 실험 주최 측인 비영리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은 실험 대상 기업 10곳 중 9곳이 주 4일 근무제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주요 돌파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주 4일 근무제 실험은 어떻게 치러진 걸까. 영국에서 진행된 주 4일 근무제 실험 결과를 보고서 등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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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 시간↓·생산성↑…스트레스는 40% '뚝'

이번 실험의 핵심은 생산성 감소 없이 근무 시간은 80%로 줄이고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업무 과정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일하는 시간은 줄이면서 생산성은 높이고 직원의 만족도도 끌어올려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무 환경 개선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신청을 받아 실험 참가 기업을 모집했는데 참가 기업 10곳 중 9곳은 100명 이하의 소기업이었다.


실험의 첫 번째 조건, 생산성은 증가했다. 포데이위크글로벌이 공개한 실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 기업 중 재무 정보를 제공한 20여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실험 직전과 직후 매출액이 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35% 증가했다. 근무 시간이 평균 주 38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었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늘어 생산성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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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완전한 주 32시간에 도달하진 못했다. 포데이위크글로벌은 일부 기업이 실험 이전에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했고 일부 기업은 주 4일 근무제 실험 중 주 32시간 이상 업무하곤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평균 주 4시간 근무 시간 감축을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근무 일수는 기존 평균 4.86일에서 4.52일로 0.3일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는 단축된 하루 중 반나절을 근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근무 시간을 줄이긴 했으나 완전한 주 4일 근무제 달성까지는 아직 해결 과제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가 느끼는 근무 시간 단축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약 2900명 가운데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39%에 달했고,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40%나 됐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게 쉬워졌다는 응답은 54%였다.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일수도 3분의 2가량 줄었고, 이직하는 직원도 이전보다 57% 감소했다. 대퇴사(Great Resignation) 여파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 4일 근무제가 직원들을 붙잡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 현장서 다섯가지 유형으로 적용…우리 회사는?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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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에서 주목할 점은 주 4일 근무제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됐는가 하는 부분이다. 막상 제도를 도입하려고 해도 현장 상황에 따라 이를 적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포데이위크글로벌은 참여 기업과 몇 달씩 논의하며 전 직원에 주 4일 근무제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을 받거나 법적 문제를 검토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조 오코너 포데이위크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취업 플랫폼 더뮤즈에 "아무리 훌륭한 계획과 준비를 해놓는다고 해도 일부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면서 수 주 동안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포데이위크글로벌은 현장에서 발견한 주 4일 근무제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전형적인 '하루 전원 근무 중단(Fifth day stoppage)' 유형과 직원들을 나눠 월요일과 금요일 등으로 나눠서 쉬게끔 하는 '시차형(Staggered)'이 대표적이다. 직원 전원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했던 한 비디오 게임 업체는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해 모두가 이날 쉬었다. 반면 영국의 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는 5일 모두 직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 '버디 제도'를 만들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을 파트너로 묶은 뒤 각각이 휴일일 때 업무를 대신 챙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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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권한을 부서별로 제공하는 '탈중앙화형(Decentralised)'도 있었다. 영국의 한 주택조합도 이번 실험에 참가했는데,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하는 팀과 건물 보수 업무를 하는 팀의 업무가 큰 차이가 있어 각 부서에서 결정하도록 조치했다. 탈중앙화형을 도입하면서 동시에 부서별로 성과를 평가해 일정 수준을 달성한 부서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조건형(Conditional)'도 있었다. 이 방식은 부서간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러한 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실험 기간 중 일부가 실험을 중단했다고 포데이위크글로벌은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연간 기준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을 32시간에 맞추도록 하는 '연간형(Annualised)'도 있었다. 성수기가 있는 업종에서 적용 가능한 제도다. 여름 시즌에 손님이 몰리는 한 식당이 여름 철에는 근무 시간을 길게 가졌지만 겨울에는 이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만약 이렇게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된 뒤 휴일에 비상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실험 기간이 6개월이나 돼 실제 이런 일도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한 소규모 공장에서 갑자기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주 4일 근무 실험이 중단됐고 이후 직원들은 실험 관련 인터뷰에서 직원으로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이유였다고 답했다. 포데이위크글로벌은 "관리자가 주 4일 근무제 상황에서 비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들이 인지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실험 참가 기업, 모두 성공했나요?

대대적으로 치러진 실험, 성공만 거뒀을까. 실험 참가 기업 61곳 중 이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56곳이다. 5곳은 지속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처음 실험을 시작한다는 발표를 했을 당시 참가 기업 수를 70개로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14곳이 주 4일 근무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하려고 의지를 내비쳤지만, 최종 도입에는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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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데이위크글로벌 측에 실험 중간에 그만둔 기업이나 실험 이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기업의 실험 내용을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단체는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이해 정도를 넓히고 해결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 4일 근무제를 결국 도입했으나 실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로봇 기업인 리벨린 로보틱스는 금요일을 회사 공식 휴일로 지정하는 대신 월~목요일 근무 시간을 이전에 비해 연장하는 방식의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실험 기간 중 주력 상품을 박람회에 출시하는 과정에서 제작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데이비드 메이슨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토로했다. 직원이 8명 뿐인 데다 근무 시간이 부족해 생긴 일이었다.


휴일에 회사의 연락을 받는 일도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실험 대상 중 소수였지만 조건형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휴일에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직원들이 여행을 가거나 약속을 잡기가 어려웠다는 보고도 있었다.


영국 공식 인력개발원(CIPD)의 존 보이즈 선임 노동 시장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주 4일 근무제) 실험의 핵심은 여러 회사에서 증거를 모아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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