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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 다른 기준…왜 위키드는 되고 이소라는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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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정부정책 형평성 어긋나" 비판
대중음악 콘서트 100인 이상 금지하고
뮤지컬·연극 동반자와 함께앉기 가능

"생존권 말살 공연간 차별 없애야"
콘서트·가요제 등 종사자 집단행동 나서
지자체마다 제멋대로 해석도 문제
정부 "엄격 적용 사실, 개편작업 착수"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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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뮤지컬·연극·클래식은 되는데 왜 대중음악 콘서트는 안 되나. 대중음악 문화예술인과 공연 관련 스태프들의 삶이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은 지난 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비판했다. 현행 거리두기 2단계(수도권)에서 대중음악 콘서트는 ‘모임·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반면 뮤지컬 같은 다른 공연 장르는 ‘동반자 외 좌석 띄어앉기’만 준수하면 규모와 상관없이 공연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역 가수이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자 지인의 건강 악화까지 지켜봐야 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소속사 대표가 최근 심근경색으로 긴급 수술을 받았다"며 "공연 계약이 모두 취소되면서 경제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게 원인"이라고 한탄했다. 그래서 마냥 두고 볼 수 없어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가진 긴급 면담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우측)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우측)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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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콘서트·가요제·페스티벌 등 대중음악 공연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4일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대중음악(공연 관련) 업계 피해 영향 사례 조사 연구’를 보면 공연기획업과 공연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에 불과하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페스티벌과 전국 투어 등 지난해 계약됐던 16개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서도 콘서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3월18일~4월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이소라의 콘서트는 공연을 8일 앞두고 취소됐다. 그러나 해당 공연장에서 뮤지컬 ‘위키드’는 현재 별탈없이 ‘전석 매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그룹 몬스타엑스도 지난달 6~7일 콘서트를 계획했다가 3일 전 취소했다. 이 밖에 그룹 엔하이픈의 팬미팅, ‘싱어게인 톱10’ 콘서트, ‘미스터트롯 톱6’ 콘서트도 잇따라 취소됐다. 방역지침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뮤지컬·연극은 지난 2월부터 동반자와 함께 앉기가 가능해졌다. 규모와 상관없이 공연도 활발해져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2~3월 뮤지컬·연극·클래식 매출은 각각 296억원, 46억원, 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87%, 317% 증가한 수치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연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모습.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연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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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공연 종사자들은 이윽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공연기획사, 프로덕션 업체, 가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대중음악 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다른 장르 공연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차별과 상실감 속에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생존권까지 말살하는 공연 간 차별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중음악 공연(콘서트) 방역지침을 변경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지난 8일 기준 1000여명이 동의했다.


정부가 유독 콘서트 등 대중음악 공연에만 방역기준을 강화한 것은 함성이나 떼창으로 비말 전파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아직 없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요즘 공연장에 가보면 가수들이 먼저 나서 떼창 등을 자제시키고 팬들도 대부분 잘 따른다"며 "실제로 현장에 가 보고 정책을 만드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역지침과 관련한 지자체의 제멋대로식 해석도 도마에 올랐다. 가수 폴킴은 지난달 12~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00명 이상 관객을 두고 공연했다. 서울시가 그의 공연 장르를 대중음악이 아닌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크로스오버’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가수는 자체 콘서트를 열지 못해 클래식과 협연하는 방식으로 준비하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크로스오버 장르 그룹 라포엠이 지난달 27~28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가지려던 공연은 관할 지자체의 불허로 1주 연기되기도 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공연 형태와 지자체 해석에 따라 공연 개최 여부가 천차만별"이라며 "처음엔 공연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콘서트 개최 1주 전 갑자기 불허를 통보하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방역지침 개선에 착수했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콘서트의 경우 아무래도 함성 등으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아 영화·연극·뮤지컬과 달리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방역 당국에서 개편작업에 착수했으며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접어들면 새로운 지침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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