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헌재에서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열려
윤석열 "간첩 검거 도우라는 것"
홍장원 "싹 다 잡아들여, 토씨까지 기억"
2월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한 핵심 증인들이어서 주목됐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답변하지 않겠다”는 등 증언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홍 전 차장은 피청구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12·3일 계엄 당일 전화 통화 내용과 이유를 놓고 상반된 증언을 이어갔다.
오후 6시49분쯤 헌재 대심판정에 나온 홍 전 차장은 피청구인석에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으나 윤 대통령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2시간가량 이어진 증인 신문이 끝난 뒤에도 허리 숙여 인사했으나 윤 대통령은 외면했다. 홍 전 차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읽혔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이 전화로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말했다. 토씨까지 기억한다.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더니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지에 받아적었다.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 서서 메모했는데 받아적다 보니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구금하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14~16명 정도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에게 명단을 불러준 것으로 알려진 여 전 사령관은 “할 말은 많지만, 형사재판에서 밝히겠다”고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메모가 12월6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됐다.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과 무관한 얘기였다.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정원에 수사권이 없으니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다.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보냈다고 인정했다. “계엄 당시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내가 김 전 장관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다 못 본 중앙선관위 시스템이 어떻게 가동되는지를 스크린해보라고 해서 계엄군을 투입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사령관은 “누군가를 체포하라거나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는 내용은 저의 (발언) 내용이 대부분 아니다”고 부인했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 전 사령관에게 4차례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했다.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2~3번 계엄을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돼 있다. 어제 증언은 이와 배치된다.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사실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체포대상자 명단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 23일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의 동정을 살피라고 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경우 일관된 진술을 유지하고 있으나 다른 증인들의 경우 검찰 진술과 헌재 증언 사이에 차이를 보이거나, 형사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회피했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이 증인의 검찰 진술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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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지시를 내렸다는 직접적인 진술이나 증언이 나온 바는 없다.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이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인데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비화폰 통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경호실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회에서 열린 내란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며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12월4일 오전 0시 20분부터 35분 사이에 윤 대통령·김 전 장관이 전화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며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김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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