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융합' 발판 마련해야
과감한 투자·생태계 조성 시급
이재명 정부 최우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AI미래기획수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무한경쟁에 돌입한 시기,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AI수석을 신설키로 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하고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처했지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계의 큰 반발에 부딪힌 뒤 뒤처리에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당초 세웠던 큰 그림을 실행하지 못한 채 과기수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AI수석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 기대 못지않게 우려감이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만난 AI업계 관계자는 "AI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석 신설은 반갑다. 그러나 AI는 대통령실에 새 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I 시장을 우리나라가 리드하지 못하고 쫓아가는 상황에서 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융합'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반도체부터 서비스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체 밸류체인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AI와 타 산업, 신기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결국 이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 연결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AI반도체 업체를 창업해 사업을 키우고 있는 젊은 임원은 "전 세계가 엔비디아의 독주를 원하지 않는다. 몇 년 후 이 독점 구조는 깨질 것이고,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당차게 말한다. 한국은 후발주자로 맹추격하는 데 강점이 있는 만큼 높은 목표를 갖고 전략적으로 도전한다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지원, 인재 양성 등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국가의 과감한 투자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최근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자국 데이터와 문화를 반영한 독자적 AI 생태계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의 가치와 환경을 반영한 AI 시스템, 즉 소버린 AI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개발한 AI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간밤 있었던 챗GPT 먹통 사태는 AI 의존이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새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은 보이지 않고 있다. AI수석 인선은 그 첫 단추다. 신설된 미래기획수석실은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좌우할 인구, 기후위기까지 도맡는다. AI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 회복,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전략이다. 과거 정부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 신설에 이어 구체적인 실행에 이르기까지 이름값 해 '진짜 성장'을 이끄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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