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캐나다의 ‘관세 전쟁’은 그저 예고편이었다.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 G2(미국·중국) ‘관세 대전’의 막이 올랐다. ‘관세 폭탄’ ‘맞불 관세’ 등 과격한 언어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각국은 앞다투어 무역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앞날은 안갯속이다. 다만 역사는 관세전쟁의 결과가 참담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1929년 도입된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대공황 시기,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이다. 보호무역주의자인 이들은 약 2만개 수입품에 4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주요국들이 보복 관세로 대응했고 세계 무역은 더 위축됐다. 이 법은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파이를 키워왔다. 국가 간 자유로운 교역은 생산성을 높였고 기술과 지식의 전파를 촉진했다. 한국의 반도체, 독일의 자동차, 베트남의 섬유산업처럼 각국의 전문화·분업화가 이뤄졌다. 이는 전체적인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국가 간 상호의존도를 높여 평화 증진에도 기여했다.
관세 전쟁 속에서 일어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약진은 그래서 눈에 띈다. 딥시크(DeepSeek)는 ‘저렴한 AI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 많은 하드웨어,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전력, 더 많은 투자금을 얻어야만 진화하던 기존의 AI 진화 모델에 의구심을 던졌다.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난다. 다양한 기업과 스타트업, 개인이 AI를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AI 가격이 낮게 받쳐줘야 AI가 높은 침투율을 기록할 수 있다.
딥시크가 ‘비용 절감형 AI’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건 바로 ‘오픈소스’라는 IT 업계의 개념 덕분이다. 소프트웨어의 구성 원리·코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사용·수정·변경·재배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즉 개방적인 협업, 포용, 투명성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증진하는 방식이다.
AI 분야 석학 얀 르쿤 메타 수석AI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는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 AI의 성공이 아니라 오픈소스 모델의 성공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딥시크는 기존 오픈소스 모델(라마)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며 "다른 이들 역시 오픈소스인 딥시크에서 또 다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오픈소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 페이스북의 파이토치(PyTorch), 허깅페이스(Hugging Face) 같은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는 AI 연구와 개발을 획기적으로 가속했다. AI와 관련한 재료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전혀 없었기에 누구나 AI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다. 공개 코드의 투명성은 한편으론 오류의 빠른 발견·수정을 가능케 했고, 전 세계 개발자 간 협업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방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강력한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 관세 전쟁 와중에, AI 업계는 보여줬다.
김동표 전략기획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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