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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국가 주도 반도체 육성, 늦었지만 맞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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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오피니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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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경기도 용인에 민간 중심의 3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발표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반도체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은 올바른 선택이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도 이번 결정이 옳은 것임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 붕괴와 인공지능(AI)의 부상은 판을 바꿔놓았다. 국가적인 지원도 필수가 됐다. 국가 차원의 개별 산업 육성 정책을 금기시하던 미국까지 행정부, 입법부가 똘똘 뭉쳐 해외로 빠져나간 반도체 생산 공장(FAB)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 사격을 받은 대만 TSMC 사례는 국가 주도의 반도체 성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줬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변변한 첨단 산업체가 없던 대만은 지난해 TSMC를 앞세워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TSMC를 설립한 모리스 창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결정적 공헌을 했지만 수십년간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결과가 있었을까.

대만에서 보듯 현대 반도체 산업은 국가 차원의 정책적 육성과 기업의 투자·연구, 학술적 기반이 아우러져야 하는 종합예술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지속적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1980년대 일본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을 위협했다. 일본에서 발달한 광학기술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근간인 노광기술로 이어지며 일본 반도체의 약진을 주도했다. 보조금과 금융 지원은 덤이었다. 일본의 부상은 인텔이 D램을 포기하고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는 데 이르렀다. 일본의 영광이 지속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견제와, 버블경제 붕괴로 인한 기업의 투자 감소에 더해 정부의 지원 의지 부족을 들 수 있다.


반도체 겨울에 진입하며 한국 반도체의 위상을 우려하는 경고가 많다. 바꿔 생각해 보자. 삼성전자가 지금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한 위탁생산(파운드리)에 나선 게 2005년이다. TSMC에 비해 18년이나 뒤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지금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업계 2위다. 비록 격차가 있다고 하나 여전히 TSMC를 위협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뿐이다. 심지어 삼성은 과거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인텔의 미세공정도 추월했다.


지난 18년간 우리는 과연 대만만큼 반도체 산업을 대우했을까.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생산라인 확대를 추진할 때 수도권 집중을 막는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법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은 집중이다. 미국도 반도체가 탄생한 뉴저지주와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정도만이 반도체 산업을 했다.

우리 정부는 위기시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반도체 없이는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결정은 이뤄졌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갈 때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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