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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탱크 보내는데 4개월…유럽안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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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4% 남짓한 100대 지원도 난항
냉전 이후 훈련없이 창고행…엔진 고장

지난달 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 레오파드2 탱크 100대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보낸다고 공표했지만 구체적인 배송일자를 못박은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14대를 보내겠다는 독일마저도 최소 4개월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유럽 각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준다는 100대를 모으는 데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만 같다. 각국 국방부가 공표한 전력 수치대로라면 레오파드2 전차는 유럽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만 2300여대가 남아있고 대부분 실전배치돼있다. 100대는 이 중 4% 남짓한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아우구스트도르프의 독일연방군 203 기갑대대를 방문, 우크라이나로 지원할 레오파드2 탱크에 직접 시승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아우구스트도르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아우구스트도르프의 독일연방군 203 기갑대대를 방문, 우크라이나로 지원할 레오파드2 탱크에 직접 시승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아우구스트도르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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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실전 능력은커녕 당장 정비를 해서 글자그대로 굴러갈 탱크 100대를 구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오파드2 탱크가 제 아무리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함께 세계 최강의 탱크라 불린다 해도 냉전 종식 이후 30년 넘게 시동 한번 켜지 않고 창고에 방치돼 엔진 자체를 못 쓰게 된 탱크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1979년 처음 레오파드2 전차가 출시됐을 당시 유럽 각국은 옛 소련 및 공산권 확산의 안보 불안에 3500대 이상을 수입했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 직후부터 시작된 군축 움직임 속에 레오파드2 탱크 대부분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전력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3월 옛 소련제 T-72 탱크를 끌고 온 러시아군을 유럽 국가들이 비웃지 못했던 사정도 여기에 있다. 그나마 러시아군은 1973년 실전배치된 T-72를 계속 정비하고 실전훈련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나마 전쟁터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 중 냉전 이후 독자적으로 레오파드2를 동원한 대규모 실전 훈련을 제대로 해 온 국가는 거의 없었다.

실제 지난해 6월에 독일 및 나토와 별개로 20대의 레오파드2 탱크를 보내겠다고 공언했던 스페인도 곧바로 지원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지원에도 스페인은 2대의 탱크를 먼저 보내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군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탱크들을 실제로 꺼내보니 정비 자체가 가능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개탄스러운 현실을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나토를 중심으로 수십년간 유럽 국가들이 강조해온 이른바 ‘집단안보’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더 이상 유럽엔 재래식 전쟁이 없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믿으며 30년 넘게 군축만 이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M-1 에이브럼스 탱크의 지원을 발표해 유럽의 지원을 유도한 이유도 집단안보체제의 재정비를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탱크와 같은 중화기 지원이 수개월간 이뤄지면 우크라이나로의 군수보급체계가 강화되고, 노후화 무기에 대한 정비와 교체도 이어지면서 유럽 각 군의 체질이 조금이나마 향상될 것이란 기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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