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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제로코로나 방역에는 숫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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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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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의 방역 문제를 '베이징 다이어리'의 주제로 삼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방역 말고는 쓸 게 없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방역은 이곳 생활의 8할을 차지한다"고 대꾸할 수 있겠다. 방역이 베이징에서의 삶의 질을, 활동의 영역을, 만나는 대상을, 대화의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두 번의 칼럼에서 정치적 방역의 이중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번엔 일상화된 불확실성에 대해 토로할 작정이다. 제로코로나의 가장 큰 잘못은 모두의 일상에 불확실성의 시한폭탄을 심었다는 것. 격리일을 줄이고, 항공편 관리 규정을 풀겠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식시장은 환호했지만, 현지의 시한폭탄은 여전히 도처에서 듣기 싫은 잡음을 내고 있다.

이틀 전 11일 중국 정부의 발표를 예로 들 수 있다. 시설격리 7일에 자가격리 3일(7+3)이던 해외 입국자 격리일을 5+3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홍콩 항셍H지수는 8% 가까이 급등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에게 이 소식은 반쪽짜리 호재에 불과하다. 해당 방침이 언제부터, 어떤 범위에 적용되는지를 당국이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31개 성은 확진자 수 현황에 따라 위험도를 구분하고, 지방정부마다 차별화된 방침과 환경에 맞춰 외부인의 출입을 관리한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직항을 타고 들어올 때, 다른 도시를 경유할 때뿐 아니라 처음 도착하는 도시의 위험도를 변수로 최종 격리기간이 모두 다를 수 있다. 11일 이후 한국에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격리일이 며칠이라는 확답을 들은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엔 없었다.


앞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계획도 중국은 정확히 내놓은 바 없다. 12일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 방역 통제기구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홍콩 언론의 한 기자가 "최근 중국의 방역 관련 20개 조치가 가까운 미래에 완전한 자유화를 의미하느냐"면서 "전면 개방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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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수사와 중의적 표현을 동원하는 중국식 어법이 여기서도 발휘됐다. 레이하이차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국장은 이 질문에 "우리나라는 인구 14억의 대국이고, 고령자도 많고, 취약계층 기반도 상대적으로 넓다. 균형발전이 부족해 도농 간 격차와 의료·보건서비스 자원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운을 띄운 뒤, "각지의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서 얻은 성과가 당의 영도적 우위와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발휘했다는 점을 깊게 깨달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어 "앞으로도 안정을 유지하면서 발전을 추구하는 업무수행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국가 안보 개념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공중 보건 안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강력한 의료 및 보건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행간을 읽어 답변을 치환하자면 "전면개방, 지금은 없고 앞으로는 모르겠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제로코로나는 이렇게 전개돼선 안 된다. 숫자로 걷어낼 수 있는 만큼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 사망률, 치명률 등 합리적 목표지점을 상정하거나,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인용해 '개방'의 기준을 내놔야 한다. 최근의 추이나 변화를 보며 통제를 받는 사람들 역시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산당의 방침에 좀처럼 불만을 제기하지 않던 베이징 사람들도 장대비가 내리는 저녁 코로나19 검사소 앞에서의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서자 욕을 하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편 앞에서 저항은 욕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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