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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코스피보다 못한 '퇴직연금 수익률' 그리고 디폴트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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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코스피보다 못한 '퇴직연금 수익률' 그리고 디폴트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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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우리의 노후자산을 지켜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디폴트 옵션은 연말 도입을 앞두고 상품군 구성을 위한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주까지 2주간 증권사, 보험, 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마지막 남은 연금 자산을 확보하려는 각 사업자의 치열한 영업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와의 수 싸움이 벌어졌다.

한 국내 초대형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우 TDF 등 주요 상품의 높은 보수를 낮추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한 사업자의 경우 현행 법령상 퇴직연금 상품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수준을 보면, 연말이면 디폴트 옵션 상품의 출시가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영 녹록지 않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와 각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연금시장의 수익률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 만약 디폴트 옵션 법안이 지난해 통과되지 않았다면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 나온 퇴직연금사업자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43개 사업자의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1.96%다. 2개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이중 한화투자증권과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의 경우 각각 -19.36%, -18.19%까지 빠졌다. 지난 2분기 코스피가 13.71% 빠진 것을 감안해도 처참한 수준이다.

DC형은 근로자가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근로자들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자산을 방치하는 등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이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른 상품이 나오게 되면 DC형 가입자들은 사전에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두고 사업자가 연금 자산을 운용해 주게 된다.


DB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도 수익률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4개 은행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평균 -8.0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화재(-17.54%), 아이비케이연금보험(-14.48%), 하이투자증권(-14.57%), 광주은행(-13.49%) 등은 말 그대로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화재, 아이비케이연금보험, 하이투자증권의 상품은 DC형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DB형은 DC형과 달리 회사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연금자산이 지난 분기보다 빠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수익률이 지속해서 빠지지 않았다면 과연 자산이 빠져나갈까 하는 의문이 든다. 원리금 보장상품이 DB형과 DC형을 통틀어, 1~2%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이번 분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컸다는 점에서 다음 분기 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말 디폴트 옵션 시작을 앞두고 있음에도 영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캐럴이 빠진 크리스마스이브 분위기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연 6~8% 정도의 수익을 낼 퇴직연금 체계가 마련된다고 하는데, 어째 걱정이 앞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결국 사업자들이 입증해야 할 것은 ‘운용 능력’ 그 자체가 됐다. 내 노후 자산을 맡길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디폴트옵션이 살 길이다. 영업전과 수싸움을 벌이며 상품을 내도, 정작 기존 퇴직연금 상품의 아류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면 굳이 연금을 맡길 이유는 없다. 지난 1년여간 정부와 업계가 나서서 디폴트옵션의 장점에 대해 외쳤다면 이제는 입증할 때가 온 것이다. 10년 뒤 언젠가 디폴트 옵션 상품에 가입했던 어떤 이가 연금을 수령하며, 디폴트 옵션 상품이 처음 나왔던 그 때가 ‘장기 저점 투자의 적기였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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