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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官治'에만 반응한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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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금감원장 '이자장사' 비판에는 응답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자 장사'는 시중은행들에겐 숙명과도 같은 비판이다. 여·수신 간 금리 차이로 이익을 내는 것이 업(業)의 본질인 까닭이다. 관련한 비판에 "이자장사를 하지 말라는 건 영업을 하지 말란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4대 금융그룹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만 14조5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순이익 규모가 9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자 장사를 둘러싼 세간의 비판이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다.

그러나 은행들은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역대급 실적을 낸 원인인 예대금리차는 계속 확대일로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37%포인트로 7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으로 호실적이 이어진 만큼 배당잔치도 이어졌다. 일부 은행은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겠단 청사진까지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지부동하던 시중은행을 움직인 것은 '자유주의 복원'을 외친 새 정권의 구두 개입이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경고를 날렸다.


은행들의 반응은 신속했다. 불과 나흘 만인 지난달 24일부터 우리은행이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8~10등급에도 일괄적으로 부여키로 하면서 7%를 넘던 금리 상단이 6%대로 내렸다. 신한은행은 한술 더 떠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를 1년간 연 5%로 제한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마련했다.

물론 은행에 있어 금리는 곧 ‘상품 가격’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의 ‘상품 가격’에 개입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 자체가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특히나 지난 5년을 비판하며 자유주의 시장경제 복원을 기치로 내걸었던 현 정권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의 복합위기 역시 민(民)이나 관(官) 모두 그대로 두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가계의 경제 체력 또한 극도로 악화돼 있기도 하다.


국민들은 2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에 약 168조원이란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된 것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으레 은행들의 높은 실적에 달갑잖은 눈초리가 뒤따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은행들이 ‘옆구리 찔려 절 하기’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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