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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솜방망이’가 된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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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솜방망이’가 된 민중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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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어느 날 경찰에게 전화가 온다. 요즘 성행하는 ‘보이스피싱’으로 자칫 오해할 수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뜸 "녹음기 준비해서 피의자 변호인 얘기 좀 녹음하라"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4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A경위가 수사과정에서 일반 시민에게 한 일이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A경위는 그에게 다시 연락해 녹음 강요 의혹을 함구해 달라고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사실상 ‘불법 수사’로 볼 수 있고 피의자 방어권을 무력화시켰다"고 했다.

A경위에게 내려진 징계는 ‘1개월 동안 월급 적게 받아라’였다. 감봉은 경징계에 해당하며 1개월은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위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을 보면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 침해를 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최대 징계는 파면이다. 징계위원회는 그의 의무위반 행위 정도가 약했다고 봐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성 비위에 대해서는 어떨까. 지난해 7월 회식 자리에서 여성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B경감은 지난 1월 징계위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B경감의 행위를 업무상 위력에 해당한다고 봤다면 규칙에 따라 최소 해임 처분이 내려질 수 있었다.


국민들은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한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징계는 경찰관 개인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관은 법을 직접적으로 집행하는 특수한 공무원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다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비위 의혹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주간 서울 일선 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경찰은 그만큼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할 것이다. 본인들을 위한 ‘솜방망이’가 아닌 모두를 위한 ‘민중의 지팡이’가 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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