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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민의 식의약이야기] 유해물질 판단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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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민의 식의약이야기] 유해물질 판단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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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화장품, 의약품, 식품 등은 유익한 물질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누룽지, 살짝 태운 고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즐겨 먹기도 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마다 식습관도 달라 해외서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우리나라는 금지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에는 발암물질인 벤젠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생수를 마시면 암이 걸린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과학적으로 인간이 평생 섭취 또는 노출될 양을 계산해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고 이것만 지켜진다면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극히 소량이지만 상당수의 식품과 화장품에는 우리가 발암물질이라고 부르는 물질들이 포함돼 있지만 실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 한 대학교수가 개발한 천연 재료로 염색이 되는 샴푸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샴푸에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이 유럽연합(EU)에서 금지된 원료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고시개정에 포함시켜 우리나라에서도 금지하겠다고 행정예고 했다. 해당 업체는 사용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식약처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샴푸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혼란과 의문은 상당하다. 고시 개정 전까지는 사용 가능했던 원료가 법령 개정으로 갑자기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로 바뀌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EU에서 금지한 원료에 대해 해당 업체는 적용 방법이 달라 독성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 소비자들이 판단하기 어렵다.


EU는 해당 물질의 경우 일반적인 염모제 성분과 동시 혼합 사용된 경우에만 유전독성의 우려가 있다고 한정적인 판단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샴푸처럼 단독으로 사용된 것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업체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샴푸는 매우 소량을 사용하며 사용시간도 수분 이내로 짧고,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더더욱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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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사례는 많다. 미국의 유명 젤리 제품에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던 흑당근추출색소가 과거 식약처의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 포함되지 않아 수입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당시 법령을 모르고 수입했다가 인체에 유해한가는 판단할 필요도 없이 행정 처분을 받거나 수입 부적합으로 제품을 모두 폐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자 식약처가 고시를 개정하면서 합법적인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경우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가 단순히 법령 규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수입이 허가됐기 때문에 이전에 수입했다가 손실을 봤던 영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산누에나방 번데기도 같은 예다. 우리가 먹는 누에나방 번데기와 크기를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지만 산누에나방 번데기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원료로 등록되지 않아 가공식품과 조리 등 모든 것이 금지돼 있다. 식약처가 고시 개정을 하면 바로 합법화될 수 있다. 불법이 안전하지 않다는 등식은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식품,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원료가 안전한지 여부를 식약처의 허가와 감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식약처가 원료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료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독성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파라셀수스는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유명한 문장을 남겼다. 유해하다는 원칙은 결국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원료의 섭취량이나 흡수량 등으로 결정해야지 유해물질의 존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불변의 원칙이 무너지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식품위생법률연구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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