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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그냥 해'는 이젠 안 통해… 모든 과정의 혁신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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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그냥 해'는 이젠 안 통해… 모든 과정의 혁신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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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기자라는 업의 특성상 매일같이 뉴스를 보고 갖가지 소식들을 다 접하게 된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육아 부담이 크게 늘었고, 학생들은 학력 격차를 걱정해야 하는 등 사실 이 책에 나온 내용 대다수가 이미 익숙했던 이유다. 하지만 서말 구슬도 꿰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 책은 그러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모두 선형적인 이야기들로 묶어낸다. 그때 하나하나 접했을 때는 언젠가 끝나겠지,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쌓여서 사실은 큰 변화로 향해나가는 계단 하나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책에서 이것들이 고스란히 발현되는 것은 구어체로 쓰인 덕에 재담꾼인 저자의 말솜씨가 그대로 느껴지는 덕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구슬을 꿰는 바늘로 작동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다.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20년 넘게 해오면서 자신을 ‘마음을 캐는 광부(Mind Miner)’로 부르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쓴 이 책의 부제인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라는 말은 중간에 ‘(데이터를 통한)’이라는 어절 하나가 빠져있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많은 메시지들이 바뀐 시대에는 데이터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예전에는 지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과거를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지나칠 정도로 많이 쌓인 데이터들 덕분에 모든 것이 시시각각 기록하고 쌓여버린다. 매일같이 전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알려지고, 구글에 실시간으로 쌓이는 나의 위치정보 때문에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며칠간의 이동동선은 순식간에 파악돼버린다.


저자가 ‘투명성’을 중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처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됐던 시대였다면 이제는 그 과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따져가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의 홍보를 위한 ESG가 아니라 ‘이념 소비’라는 말까지 나오는 고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모든 과정을 혁신해야만 하는 것이다.


동시에 ‘진정성’이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이기도 한 이유다. 빠르게 과정들을 되짚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그 근본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통해 ‘진짜’를 판별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예로 나이키를 든다. ‘그냥 해(Just Do It)’라는 희대의 슬로건 이후로 움직이는 개인들에 대한 신뢰를 담은 메시지를 꾸준히 맥락있게 내걸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나이키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앞으로의 10년을 살아남기 위해 저자가 말하는 것은 ‘그냥 하지 말라(Don’t Just Do It)’이다. 한때는 유망 직종이었던 텔레마케터가 이제는 인공지능(AI) ’챗봇‘에 대체되면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것처럼 단순히 몇만 시간을 누적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역사와 같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것(Think First)’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단순한 근면이 아닌 철학적으로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수없이 쌓인 고민의 총량이 우리의 행동과 상품에 의미를 부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혁신에 떠밀리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방향을 틀기도 하면서 혁신을 수용하는 재사회화가 중요한 이유다. 그렇게 한다면 10년이 지난 후에도 자신을 뒤돌아봤을 때 완전하지는 못해 조금은 부끄럽더라도, 적어도 조금씩은 나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냥 하지 말라/송길영/북스톤/1만7000원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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