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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서브컬처' 연상호 메이저를 뒤집다

최종수정 2021.11.24 12:58 기사입력 2021.11.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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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각본·연출, 무겁고 어두운 주제로 흥행 성공
실사영화·애니 패키지 제작 뒤 세계관 확장 "내 작품 마구 재생산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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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지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배역은 정진수(유아인) 새진리회 의장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의 고지(告知)를 왜곡하고 과장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고지받은 사람에게 참회를 요구해 사회적 혼란을 가중한다.


연 감독이 2013년 연출한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에도 비슷한 배역이 나온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배받는 최경석(권해효 목소리)과 선량한 인상의 성철우(오정세 목소리) 목사다. 수몰 위기에 놓인 마을을 찾아가 구원하겠노라 사기를 친다. 흔히 벌어지는 사고나 재난ㆍ사망에 아무 관련도 없는 의미를 부여해 공포를 조장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흔들어 마을을 무력의 늪으로 빠뜨린다.

'지옥'의 고지도 2004년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에서 파생한 소재다. 천사가 나타나 죽음을 예고하는 방식은 똑같다. "너는 오전 1시 50분에 죽는다. 너에 대한 평가는 3급으로, 2등급 지옥에 간다. 그리고 지옥의 강도는 네가 느낀 최고 고통의 열 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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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다수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층층이 폭을 넓혔다. 방향은 뚜렷했다. 극단적인 폭력 묘사로 인간의 공포와 욕망을 세밀하게 담았다. 일관된 논지를 확보해 비평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상 '돼지의 왕(2011)', '사이비' 같은 개성 강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보편적인 작품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흥행할 여지가 생긴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규모가 큰 영화에 집중투자했다 실패해 제작을 피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른바 브랜드화된 감독이 나오기 어려운 조건이다.


연 감독은 혁신적인 제작 방식으로 기존 틀을 깼다. 실사영화와 장편 애니메이션을 묶은 패키지 제작이었다. 실사영화가 흥행하면 애니메이션 영화의 홍보·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일념으로 작업 범위를 넓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부산행(2016)'과 '서울역(2016)'이다. 전자는 역대 박스오피스 16위(1156만7662명)에 올랐다. 연 감독에게 실사영화 메가폰이 계속 주어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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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영화·드라마 시장의 화두는 웹툰·만화의 영상화다. 선두주자 격인 연 감독은 병행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면 단점을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 '지옥'에서 원작 웹툰과 여러모로 차이가 있는 배영재(박정민) 배역이 대표적인 예다. "촬영을 이야기 순서대로 진행하지 않잖아요. 뒷부분을 먼저 찍는 경우도 흔한데, 박정민 배우가 제가 생각한 배영재와 너무 다르게 연기하더라고요. '무슨 생각이 있나 보다'하고 맡겼어요. 그런데 정말 계획이 있더라고요. 전반적인 (표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맞춰졌어요. 굉장히 치밀하게 움직이는 배우예요."


유연한 접근은 작품 밖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직접 쓴 각본을 연출하려고 고집하지 않는다. 드라마 '방법(2020)'과 영화 '방법: 재차의(2020)'는 김용완 감독, 드라마 '괴이(제작 중)'는 장건재 감독에게 맡겼다. 재능있는 연출가를 발굴하고 개입을 최소화해 색다른 색깔의 덧칠을 유도한다. 이 같은 방식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범람으로 지식재산권(IP)의 가치가 높아진 근래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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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사랑한 서브컬처(어떤 사회의 전체적 문화에 대비되는 개념)의 맥락 안에 내 영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B무비라 하면 조금만 잘되어도 무조건 10탄까지 나왔고, 내가 좋아한 강시 영화의 경우도 편수가 어마어마하다. '나이트메어' 시리즈 같은 호러물도 마찬가지다. 퀄리티를 떠나서 계속 재생된다는 것이 서브컬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지옥'의 장르도 그렇고 좀비물도 기원은 거기다. 내가 시작한 시리즈가 저예산으로 마구 재생산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지금까지 내 작품의 규모는 그런 영역에 속하지 않지만 원래 나의 꿈은 계속 파생돼 서브컬처를 이루는 이야기였다."


연 감독의 꿈은 넷플릭스 전파를 타고 가시화된다. '지옥'이 23일(현지시간) 발표된 넷플릭스 공식 시청 집계 순위에서 진입과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 15일부터 1주일간 기록은 4348만 시간. 최근 급부상한 콜롬비아 드라마 '더 퀸 오브 플로:시즌 2(3864만 시간)'는 물론 영어권 TV 프로그램 부문 1위 '아케인(3842만 시간)'을 모두 가볍게 따돌렸다. '지옥'은 이날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고수했다. 이 사이트는 플랫폼마다 부문별로 24시간 시청률을 반영해 전날 시청률 순위를 반영한다. '지옥'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필리핀, 폴란드, 태국, 베트남, 대만 등 36개국에서 가장 많이 재생됐다. 미국과 영국에선 세 번째, 러시아에선 네 번째로 많이 시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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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자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이 정도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다. 연 감독은 '부산행' 때부터 진입 장벽을 낮춰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왔다. 간결한 전개와 명확한 감정으로 강한 흡입력을 만든 뒤 우리가 이성적인 사회를 살고 있는지 묻는 식이다. 과격하고 잔혹한 이미지가 난무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질적 요소들을 한데 엮는 솜씨만큼은 일가견이 있다. 검증된 장르의 관습을 적극적으로 조합해 극적 재미를 전하는 데 몰두한다. 서브컬처의 쾌감 정도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이쯤 되면 새로운 메이저 문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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