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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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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의 유용성 연구’라는 박사 학위 논문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은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네거티브 선거가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은 선거 승리를 가장 본질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물리적 측면에서 시간 및 재화와 용역이 더 많이 소비되는 포지티브선거 캠페인 보다는 훨씬 능률적이기 때문에 쉽게 채택된다. 선거 승리에는 도움이 될 때가 있지만 국가사회 발전 측면에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특히 선거 이후 국가 최고지도자들에게 정책과 비전 대신 증오와 응징만이 남기 때문에 그 정치·사회적 폐해는 측량이 불가능할 정도다.

미국의 경우 정치광고의 내용과 광고주의 주체 및 주관을 무한정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네거티브 선거로서 1988년 제41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후보였던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공화당 조시 부시 후보에게 20% 가까이 앞서다가, ’윌리 호튼(Willie Horton)’사건 등의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으로 의외의 참패를 당하고 만다. 당시 네거티브 선거의 후유증은 50.5%라는 최악의 투표율과 공화당 부시 정부의 4년 재임기간에도 경제난맥상의 문제들에 악영향을 끼쳤다.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에 대한 듀카키스의 소극적인 대응은 부시 후보에게 승리를 헌납하듯 했으나 부시의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대통령이 좋은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에 집착하였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자신의 정책이나 국가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하지 못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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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대통령 선거 때면 선거 막바지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관례로 했으나 당시 이 관례가 깨졌다. 신문 사설을 통해 "뚜렷한 정책 제시 없이 인신 공격으로 일관한 이번 선거를 ‘끔찍하고’, ‘국가적 실망’으로 규정하고 어느 후보에게도 지지에 필요한 신뢰와 책임감을 발견치 못해 유권자에게 감히 누구를 찍으라고 권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전후무후한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은 정책·토론 없는 선거로 일관되어 종국적으로 미국 경제를 힘들게 하는 원인(遠因)이 되었고 국민들은 부시에게 재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역대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잘 먹혀들지 않았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의 정동영 후보는 BBK주가조작 사건 한 방이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침몰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정교함과 시대정신이 빈약했던 이명박의 747공약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제대로 된 아젠다와 자신의 비전 제시 없이도 승리했다. 제16대 대통령의 당선도 이회창 후보에 대한 아들 병역비리 네거티브 선거 전략보다는, 매우 논쟁적이었던 행정수도 이전 공략으로 선거 아젠다를 주도했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의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은 상대 후보자를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이미지 영역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로 도덕성을 중시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경쟁 후보의 도덕적 손상을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의 중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의 한국 대통령 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보다는 미래 비전과 능력자를 선택하는 전망 투표이기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이 전가의 보도가 되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2022년 대선을 향한 아젠다 생성과 집권 능력의 비전을 보여주는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점과 한국에서 네거티브 선거캠페인과 당선의 확실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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