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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日 산업유산이 진정한 세계유산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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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후 생긴 4개의 안내판 중 군함도의 시설을 설명하는 안내판. 이 안내판에는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사진은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후 생긴 4개의 안내판 중 군함도의 시설을 설명하는 안내판. 이 안내판에는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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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지난 16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31일 막을 내린다. WHC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국제기구다.


2015년 7월 일본은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시대의 산업유산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징용 같은 ‘전체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전체 역사란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조선인 강제 징용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7년과 2019년 유네스코에 제출한 일본의 이행경과보고서는 물론 2020년 엉뚱하게 하시마가 아니라 1200㎞나 떨어진 도쿄에 들어선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당사국간 지속적인 대화’를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에 나서지도 않았다.


유네스코는 이윽고 지난 22일 WHC에서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 시 약속한 조선인 등의 강제 노역에 대한 이해 조치 같은 후속 조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까지 채택했다. “당사국이 관련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유감(strongly regrets)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2023년 제46차 WHC에서 검토하기 위해 업데이트된 이행경과보고서를 2022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못박았다.


이는 국제사회가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충실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당시 일본 대표가 발언한 약속 내용을 결정문 본문에 처음 명시함으로써 이중플레이의 여지도 차단했다. 결정문 채택 당시 일본의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니 반박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일본 정부로부터 반성이나 시정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동원 자체를 부정한다. 인정하면 세계유산 문제뿐 아니라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에는 국가의 의도와 민족의식, 역사인식이 개입되기 쉽다. 하지만 이를 배제해야 진정한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 독일 서북부 졸페라인 탄광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전쟁포로를 강제 노역에 동원했다고 사실 그대로 알리고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은 사죄할 일은 사죄하고 배상할 일은 배상해야 마땅하다는 인식의 발로다. 그래서 졸페라인 탄광이 세계유산으로 보전될 수 있는 것이다.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강제 노동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이 전혀 없다. 메이지 산업혁명 홍보 내용만 가득하다. 조선인 강제 동원의 뼈아픈 역사는 묻고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는 우익의 욕망으로만 채운 셈이다.


지난 27일 아사히신문 온라인판에 한 프리랜서 여행작가의 에세이가 올라왔다. 그는 하시마 투어를 마치고 이렇게 적었다. “근대화로 돌진한 시대의 에너지와 씩씩하게 살아 있는 섬 사람들의 에너지도 느껴졌다.”


균형 잃은 역사인식은 일본을 고립으로 몰아갈 뿐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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