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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 강남 테헤란로와 석유의 역할

최종수정 2021.06.11 15:20 기사입력 2021.06.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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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세계 금융위기, 팬데믹 세 차례에만 석유 수요 감소
지난 수 십 년 동안 석유 수요는 꾸준히 늘어

최근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큰 폭 증가
억눌렸던 여행 수요 살아나면 유가 더 오를 것

석유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자원
한국 경제구조, 석유 많이 쓰는 제조업이 주도
석유 안정적 공급 위해 노력해야

아시아경제신문은 13일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본지에 <석유패권전쟁> 칼럼을 연재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테헤란로 전경

테헤란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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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최근 팔레스타인에서의 무력 충돌과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 가능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이들 간 갈등은 1970년대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에 엄청난 충격을 준 두 차례 오일쇼크로 이어진 역사가 있다. 그때 오일쇼크는 석유 수요의 중요한 특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3년 10월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철수와 팔레스타인의 권리 회복을 요구하며 원유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감축했다. 이것은 1차 오일쇼크를 촉발했다. 한국 정부도 오일쇼크의 충격 속에서 1973년 12월 ‘친아랍성명’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촉구했다. 이것은 동맹국 미국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았지만 석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아랍 산유국이 석유 무기화를 위해 감산한 물량은 불과 5% 수준이었다. 게다가 비아랍 산유국은 증산을 통해 감산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 1973년 말 오일쇼크가 발생했으나 그해 연간 석유 소비량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늘었고, 1974년에 전년 대비 1.4% 감소(BP 통계 기준)했을 뿐이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 때도 석유 소비는 많이 줄지 않았다. 당시 이란은 세계 산유량의 약 10%를 담당하는 거대 산유국이었는데,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반미 신정체제가 수립되는 혁명의 혼란 속에서 석유 생산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것이 2차 오일쇼크의 시작이었다. 당시 고속 성장을 하던 한국은 2차 오일쇼크 등의 영향으로 1980년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했다. 혁명의 영향으로 감소한 세계 석유 소비량은 전년 소비량의 약 4% 정도였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석유 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 오랜만에 원유 소비가 감소한다. 세계 경제가 멈춰서고 이동과 교역이 크게 줄어들면서 2020년에 전년 대비 약 8.7% 감소했다. 그러나 거의 전 세계가 봉쇄되고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는 경제 활동 위축에 비하면 그리 큰 감소라 할 수 없다. 줄어든 원유 소비는 코로나19가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오르고 있다. 항공유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발생 전의 원유 소비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소속 연구원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소속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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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급변이나 세계 금융위기, 팬데믹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석유 수요를 줄이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그것은 엄청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억눌렸던 여행 수요마저 돌아오면 석유 소비 감소는 더 요원해진다.

석유 수요 변화는 국제관계에서도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불안한 중동에서 대중의 불만을 완화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데 오일머니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석유 수익이 감소할 경우, 고질적 종파 간 갈등, 팔레스타인 분쟁, 미국과 이란의 대립,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엄청난 불확실성에 빠질 것이다.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유럽과 무슬림 지역인 신장 위구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이 난민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중국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아쉬워하는 배경에는 석유에 의존하는 중동 경제가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진통을 겪는 이유도 석유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 때문이다. 그것에 정권의 안정이 달려 있다.


미국에도 석유 수요 변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탄소세 관련 논의가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경제 논리라는 확실한 수단으로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탄소세와 탄소가격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것의 실행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큰 부담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석유 산업이 일자리와 국내총생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세계 각국이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먼저 달러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수입 품목 1위는 단연 원유인데, 원유를 구매하려면 달러부터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확보한 외화를 원유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며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지켜주고 있다.


석유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자원이다. 그린뉴딜을 약속한 바이든 정부는 도로, 항만 확충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약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석유업계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호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역점 사업인 교통 인프라 개선은 석유가 원료인 아스팔트가 많이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관련 인프라 확충을 동반해 많은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 산업과 운송이 절대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에너지 전환이 석유에 남겨진 가장 중요한 임무일지 모른다.


한국은 석유 수급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1차 오일쇼크 후 한국 정부는 이란 테헤란 시장을 초청해 서울 강남의 한 곳을 테헤란로로 명명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구조가 이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과제도 석유 없이는 어렵다.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노력은 오늘의 산업을 지키고 미래의 에너지를 준비하는 의미가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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