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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한은·Fed 금융완화 정책 축소 시그널…자산시장 머니무브 변화 기대

최종수정 2021.06.03 11:40 기사입력 2021.06.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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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이퍼링 공식 거론
韓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금리인상 위한 경제회복 단계
저금리 부작용 정도가 관건
경제 자생력 회복 여부도 문제

국내외 모두에서 금융완화정책을 축소하겠다는 신호가 나왔다. 미국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공급하는 유동성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회복이 기대에 부합한다면’ 이란 전제가 붙긴 했지만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공식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동성 공급 축소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제 조건으로 삼은 경기 회복은 고용지표 개선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미국의 고용이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일자리가 820만개나 부족한 상태다. 10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 중 35%가 장기실업 상태에 놓여있다. 4월에 고용지표가 좋지 않아 전제 조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Fed가 당장 유동성을 줄이지는 못한다. 5월에 일자리가 100만개 가까이 늘어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소 석 달은 비슷한 고용 추이가 유지돼야 정책을 바꿀 수 있을 텐데 그러면 9월이 된다. 2013년에 Fed는 유동성 공급을 줄이기 6개월 전에 시작 시점을 발표했었다. 이번에도 동일한 형태로 진행될 경우 유동성 공급 축소가 시작되는 시점은 내년 2분기 초가 된다. 아직 시간이 1년정도 남았지만 막혀있었던 긴축 얘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시장에 변화를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정책 방향을 좀 더 빨리 바꾸고 있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0%와 3.0%로 올렸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서둘러서는안되지만 지연됐을 때 부작용도 크다’고 얘기했다. 한국은행의 얘기대로라면 금리 인상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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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경제 상황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준을 넘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지 말지에 대한 판단은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저금리 부작용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게 자산 가격 상승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60주 넘게 상승했다. 작년 한해 전국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9%를 넘었고, 올해도 조금의 계기만 제공되면 가격이 상승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3개월치에 달하던 주택 판매 재고가 1.4개월로 떨어졌다. 저금리로 돈이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주택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수요는 재고와 반대로 더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44일이었던 주택 판매기간이 21일로 줄었고 집을 내놓고 2주 안에 팔리는 비율이 51%로 높아졌다. 가격 상승이 한 두 개 자산에만 해당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부동산부터 채권, 주식, 가상화폐까지 오르지 않은 자산이 없을 정도여서 부담이 되고 있다.


1970~80년대만 해도 중앙은행은 물가와 싸우는 게 일이었다. 높은 물가가 경제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에 의한 경기 침체나 높은 물가에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모두 인플레이션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2000년 이후 인플레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일이 없어졌다. 2007년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넘은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물가가 안정됐다. 대신 자산가격이 문제를 일으켰다. 2000년과 2008년에 미국이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 2000년은 IT버블 붕괴가 경기 둔화의 원인이었고, 2008년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중앙은행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물가에서 자산가격으로 바뀐 것이다.

금리 인상 지연으로 인한 또 하나의 부작용은 경제의 자생력 약화다. 제로 금리 등 강한 정책을 오래 계속하다 보니 경제 구조가 그에 맞게 바뀌어 버렸다. 이 상황이 되면 경제가 약간의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약해지기 때문에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책을 계속 써야한다. 유럽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의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를 맞은 후 경제 체질이 약해져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려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저금리 부작용을 상당히 겪고 있기 때문에 금융완화 정책을 축소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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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긴축 강화를 염두에 둔 금리 상승이 한번 있었다. 우리나라 10년물 금리가 2.2%까지 올랐고, 미국 금리도 0.8%에서 1.7%가 됐다.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렸지만 빠르게 정상을 찾아 지금은 금리 상승 이전보다 주가가 높아졌다. 금리 상승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1차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금융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2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일방적으로 몰렸던 돈이 채권 등 안정 자산으로 일부 옮겨가고, 그 영향으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약해지는 형태다. 우리나라 국채 금리가 2.5%를 넘으면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가게 된다. 대한항공이 해당등급에 속해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의 수익률도 4%대 중반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의 수익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현재 3200 정도이니까 14년동안 6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긴 이익과 후순위채 같이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면 둘 사이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


돈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아도 다른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금리를 압도하면 돈은 그쪽으로 움직인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수도 없이 내놓았던 완화정책 중 일부를 거두어 들여도 금리는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위험자산인데 가격이 너무 높아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이 상태가 되면 조그만 변동에서 돈이 움직일 수 있다. 자금의 속성도 가능한 한 위험을 피하려는 형태로 바뀔 텐데 한국은행과 Fed의 정책 변화가 자산시장에서 돈의 움직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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