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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靑, '부동산 블랙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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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제3투표구에서 93.4% 득표율을 올렸다. 강남이 보수정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93%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비판 여론 때문일까. 오히려 표심의 기저(基底)에는 재건축에 대한 희망,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부동산이 어려운 과제인 이유는 각자의 이해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둘러싼 불만은 넘쳐 나는데 모두의 만족을 이끌 해법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의제가 쟁점이 될 경우 여당이 불리해지는 이유다.


부동산의 또 다른 특징은 보는 관점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명확하게 나눌 기준이 존재할까.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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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누군가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부동산 투기꾼일까.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대상일까.


자신이 살지 않는 다른 주택에 부모님이 거주할 수도 있고 분가한 자식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남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가정사 때문에 남편과 부인이 서로 다른 주택을 보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공직자 재산 공개에는 2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된다.

보유 주택 수를 선과 악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게 위험하고 어리석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12월16일 청와대에서 벌어진 사건은 복기(復棋)가 필요하다. 어쩌면 2021년 4월 여권이 경험한 ‘선거 악몽’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 비서실장 메시지를 전하고자 춘추관을 찾았다.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한다." 권고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공직사회는 강제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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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솔선수범’ 퍼포먼스는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수도권 내 2채’라는 기준부터 이상했다. 비서실장이 서울과 청주에 각각 주택을 보유한 게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수도권, 지방 구분 없이 2주택자 모두 처분 대상이 됐다. 청와대 2주택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좌불안석이 됐다.


청와대는 다주택자 해소 작전을 벌이다 곳곳에서 지뢰밭을 만났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청와대 인사(人事)는 능력과 자질보다 2주택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업무 역량과 무관하게 다주택 문제 때문에 옷을 벗는 사람도 나왔다.


이런 청와대 풍경은 여론에 어떻게 비쳤을까. 청와대가 우여곡절 끝에 ‘다주택자 제로’를 외쳤을 때 ‘감동의 메아리’는커녕 냉소적 반응이 뒤따랐다. 집을 팔기 싫어 청와대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엉뚱한 데에 ‘헛심’을 쓴 셈이다.


청와대는 그렇게 ‘부동산 블랙홀’에 빠졌고 지금도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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