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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신현수와 검찰개혁의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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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끝내 사의(辭意)를 접지 않았다. 어차피 대통령 참모의 사의 수용 여부는 대통령에게 일임돼 있다. 신 수석은 자신의 거취가 대통령 뜻에 오롯이 의존하는 것처럼 청와대가 발표하는 것을 허용하는 정도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신 수석이 검찰개혁에서 자신의 역할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거두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이슈가 잠잠해질 어느 때쯤 청와대를 떠날 생각일 것이다.


궁금한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왜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인사상 실책을 두 번이나 반복했느냐는 것이다. 역시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이 ‘검찰 쪽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해왔다는 것은 이번 파문의 예측 가능성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신현수는 윤석열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됐다.

‘신현수 파문’에 놀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입장(혹은 신 수석의 의견)을 다분히 수용한 검찰인사를 지난 22일 서둘러 발표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검찰에 남겨진 6개 분야 수사권마저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는 입법 작업에 제동을 걸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던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이렇게 일시정지 상태가 됐다.


문 대통령 주변에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던 참모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앞으로 다섯 달 후면 윤 총장 임기가 끝난다, 후임 총장은 더 안전한 인물 혹은 아예 비(非)검사 출신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권고한 이 안은 실제 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후 대대적 검찰인사를 단행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며 검찰의 영장청구권마저 박탈함으로써 개혁을 마무리하면 된다는 시간표. 그 다섯 달 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며 손실보상제를 시행하면 40%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국정지지율도 상승할 것이고, 그것을 동력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겠다는 시나리오.


이것은 신현수 파문이라는 돌발변수 앞에서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으로써 가능한 수(手)지만, 패착이 될 가능성도 짙다. 수많은 조건이 현실화될 때만 가능한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도박의 최대 위험은 검찰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윤 총장은 정권 핵심이 연루된 수사들에 마지막 속도를 낼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이 애초의 취지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고 임기 후 보복 수사의 빌미를 없애려는 의도로 변질됐다는 생각은 검찰뿐 아니라 많은 국민도 하고 있다.

그래서 신현수 파문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검찰을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겠느냐,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인권을 보장하고 전직 대통령 구속과 같은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등장한 상징적이며 도전적 사건이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종착점 직전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된다면, 신현수 파문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수습 국면에서 행한 실책은 역사에 뼈아프게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대의가 아무리 훌륭해도 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국민에게 납득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는 값비싼 교훈만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부가 될 것이다. 이런 걱정을 미리부터 하는 것은, 조국부터 신현수까지 대의와 가치가 충돌할 때마다 이 정권이 견지해온 일련의 방식에 공통된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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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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