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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외교, '정원사'일까 '조경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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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조 바이든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여야 할 미국이 어수선하다. 친 트럼프 시위대가 미 의회의사당에 난입했고 미 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미국 내 극심한 혼란상을 보면서 바이든 4년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 교수의 ‘도덕은 중요한가’를 읽으며 바이든 외교와 관련 5가지 질문을 자문자답 해보았다.


첫째 바이든 외교는 어떤 비전과 리더십을 보일까? 윌슨은 국제평화란 분명한 비전을 가졌음에도 현실적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루즈벨트는 비전은 없었지만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리하며 미국을 초강대국에 올려놓았다. 케네디·레이건·오바마는 국내외 지지를 확보하며 외교정책을 만들었지만 닉슨과 트럼프는 국내 논리로만 접근했다. 아직 알 수 없지만 바이든은 그래도 국내외 여론을 의식할 듯하다.

둘째 바이든 미국은 돌아올 수 있을까? 트럼프 이전 국제질서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돌아오고는 있는 건가? 어쩌면 정확히는 바이든이 ‘돌아오고자 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단독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부족한 부분은 동맹과 다자주의로 채워야 할 듯하다.


셋째 바이든 외교는 정원사일까 조경사일까? 레이건 시기 국무장관 조지 슐츠는 외교정책을 정원 가꾸기에 비유했다. 바이든은 국제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리하는 정원사일까? 아니면 글로벌 거버넌스과 메커니즘 혁신으로 정원의 구조까지 (재)설계하는 조경사일까? 기술발전, 코로나19, 미·중경쟁 등을 고려할 때 정원사 이상의 역할이 필요하나 국내 문제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 정원사에 가까울 듯하다.


넷째 바이든 외교는 바이든일까, ‘바럼프’(바이든+트럼프)일까. 바이든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미 국익을 저해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한다. 바이든은 인권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재건해야 한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미국 외교가 피플리즘에 빠진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다. 1920~30년대 1500만 해외 이민으로 당시 미국인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다. 결국 이민제한법이 제정됐고 극우결사단체 KKK가 횡행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은 1960년대 이후 누적된 인종·이념·문화적 분열의 결과였다.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 7000만 표심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반이민정서를 어떤 식으로든 외교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굿맨 바이든은 한국에게도 굿맨일까?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꼭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트럼프는 인격적으로 결함이 많고 매우 이기적인 의도를 가졌지만 지난 4년 한반도에서만큼은 변화를 가져왔다. 좋은 아버지, 의회주의자, 노련한 외교가인 바이든이 공언한대로 민주주의 진영 결집과 동맹을 강화할 때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이 교수의 지적처럼 역사상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않았음에 주목한다면 한반도가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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