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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자율경영시스템과 골목상권

최종수정 2020.11.23 14:22 기사입력 2020.11.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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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자율경영시스템과 골목상권

김동철 공학박사ㆍ유비케어 사외이사


대량생산이 촉발한 조직의 거대화는 개인의 역량만 가지고는 최상의 조직으로 만들기 어려워졌다. 원료의 수급, 공장에서의 제조, 마케팅과 영업, 창고와 재고, 현금의 흐름 등등의 각종 전문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일정 규모이상의 기업이라면 전문경영이라는 분야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기업이 커짐에 따라 분야별로 계층적인 조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컴퓨터가 확산되던 시기에 수직적이던 조직이 소위 매트릭스조직이라는 입체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직원은 동시에 두개 이상의 조직에 속하게 되고, 따라서 보고해야 할 부장도 여러 명으로 늘어났다. 각종 시스템이 생겨나고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서 보고서 하나 만드는데 일주일 걸리던 일이 1시간이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 이외에 모든 직급을 팀장으로 통일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 경영의 중심이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상급자가 칭찬을 받던 구조에서 이제는 직원 본인이 회사의 인센티브를 받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직원이 회사의 주식을 옵션으로 받아서 주주가 되면,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와 동시에 회사는 직원에게 한층 높은 차원의 주인의식을 요구한다. 누가 시키지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야근하고 회사의 성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도록 부추긴다. 글로벌 회사일수록 먼 거리에 떨어져 일하다 보니 더더욱 그러한 성향이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사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데 조직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에는 알아차릴 수가 없다. 진정한 주인의식이 아니라 주인의식으로 포장된 충성심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인의식이 강하게 길러졌다면 어느 정도의 회사경험으로 회사를 창업하거나 이질적인 조직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가져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기업에서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시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지향적인 경영은 어떤 것일까.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의 저서 '홀라크라시(Holacracy)'에서 소개된 4차산업혁명시대의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경영 시스템 개념에서 관련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홀라크라시 시스템은 모든 직원이 해야 할 일이 거버넌스에 기술됐다. 누구의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책무를 기록해 놓은 거버넌스를 찾아보고 본인의 일을 스스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스가 없는 자율경영시스템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저자는 인간 신체의 모든 기관이 자율신경에 의지해서 조화롭게 운영되는 현상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한다. 예를 들어 심장은 다른 기관과 협의 없이 혈액을 내보내며, 간도 해로운 물질들을 걸러내면서 위에게 사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급격한 경영의 변화가 전체적으로 완성돼 효과를 보기까지는 조직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경영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화두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과거의 안정적인 산업시대에 완성된 시스템은 예측과 통제가 잘 작동하는 시기에 가치를 발휘한다는 입장이다. 이제부터의 세상은 급변하기도 하지만 다양하게 변하기도 하므로 예측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조직에 민첩성을 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끝도 없는 열정과 창의성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개인 사업자는 프로세스의 개념이 없으므로 큰 기업규모의 경영을 하기 어렵다. 반대로 큰 기업의 경영자라 해도 퇴직해서 개인사업자로 변한다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경험했던 조직이 클수록 전문성은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응력과는 거리가 멀어져서 개인적인 사업의 성공 확률은 줄어들 수 있다. 자율경영의 근육이 부족한 퇴직자들은 골목상권에서 치열하게 생존권을 걸고 온몸으로 실전을 치루고 있다. 얼마나 많은 상점이 간판을 바꾸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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