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시각] 임대차법 '결자해지'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103.9㎡(전용면적)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을 내놨지만 사겠다고 한 사람들로부터 모두 거절을 당했다. 이곳에 전세로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매수 희망자들이 전세 낀 아파트 매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B씨는 최근 집주인으로 부터 “실거주를 해야 하니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루 아침에 퇴거 요구를 받은 B씨가 실거주 이유에 대해 주인에게 묻자 “알 거 없다”며 내년 1월 계약 만료 전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격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제도 시행 당시 우려했던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된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더구나 가을 이사철을 맞으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임차인이 전세계약이 끝나고 이사를 나가겠다고 말했다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에 다시 말을 바꾸는 경우 집주인의 이사 계획이나 주택 매매 계획이 엉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가 살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속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 낀 집을 팔기도 힘들어졌다. 기존 세입자가 주택 매도 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다면, 새 집주인은 본인 주택에 사는 것이 불가능해저 매입을 꺼리고 있다.

집주인들이 주택 매도를 서두르는 것은 내년 6월부터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은 6.0%까지 책정된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율도 20%포인트 이상 중과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수요자들도 전세 낀 집 매수를 꺼리고 있다. 당장 실거주를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세금 부담까지 안고 집을 사기 쉽지 않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까진 9억원 초과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1주택자는 양도차익의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었는데 내년부턴 보유와 더불어 10년 이상 거주까지 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집주인들의 청원글이 빗발치고 있다. 국토부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입하는 매수자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가능 시점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하면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자 집주인들과 매수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청원글에서는 "새로운 매수자가 실거주한다고 해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매수자가 그 집에서 살 수 없다"며 "주택을 매매한 신규 매수인도 자기 집에서 살지도 못하고 한순간 갭투자가 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세입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집주인들이 전세계약 갱신 거절 사유로 규정한 ‘실거주’ 요건을 제시해 세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 부여하면서, 임대인에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8가지를 규정했다. 최근 갈등이 빈발하고 있는 갱신 거절 사유가 ‘본인 및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다.


문제는 실거주 관련 규정에는 ‘입증’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하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도입 당시 우려했던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 심화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집주인들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항의하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집주인들이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대립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월차임(전·월세)전환율 하향조정,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확대 설치 등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 해결책은 되진 못하고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 결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