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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9·11 추모도 코로나19 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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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는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엄숙한 날이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날을 다른 의미로 기억한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메모리얼데이는 여름휴가철의 시작이기도 하다.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빛의 헌정'이 하늘로 쏘아지고 있다. 매년 쏘아올려지던 빛의 헌정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주최측의 재정위기로 무산될 뻔 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빛의 헌정'이 하늘로 쏘아지고 있다. 매년 쏘아올려지던 빛의 헌정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주최측의 재정위기로 무산될 뻔 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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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메모리얼데이를 계기로 차ㆍ비행기ㆍ크루즈를 이용해 여름휴가를 떠난다. 한 달씩 바캉스를 즐기는 유럽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미국인들도 여름휴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저지쇼어'라 불리는 뉴저지주 해변으로 가는 도로는 휴가철만 되면 평상시와 달리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곤 한다.

뉴욕의 주요 관광지도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곳이 없다. 휴가 시즌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도 공휴일이다.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이다. 노동절을 계기로 미국인들은 일상으로 복귀한다.


올해는 이런 의미가 무색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유명 휴가지에서는 예전의 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휴가지로 향하는 도로는 막힘없이 뚫렸고 끝없이 휴가객을 나르던 항공기들은 공항에서 사라졌다. 카리브해를 오가던 크루즈선들은 코로나19의 '핫 스폿'으로 전락한 채 기약 없는 휴식에 들어갔다. 두려움 속에 지내온 시간이 벌써 6개월을 넘었다.


휴가철이 끝나자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린 9ㆍ11테러가 발생한 9월11일이 돌아왔다. 9ㆍ11의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외에도 당시 무너져 내린 건물의 철근을 활용한 추모비와 공원에서 수많은 추모 행사가 열렸다.

9ㆍ11을 추모하는 방법은 '침묵'이다. 추모 행사에서는 묵념과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는 정도만이 허용된다. 미국 대통령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행사 참석자는 이날 행사에서 발언하지 않는 게 전통이다. 워낙 희생자 수가 많아 이들의 이름을 부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통상 행사 종료까지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참사 당일 그라운드 제로에는 희생자들의 가족만 입장이 가능하다.


9ㆍ11은 여전히 미국인의 뇌리 속에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잊지 않겠다'가 추모의 핵심이다. 코로나19 상황이라고 이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없다. 미국의 안위가 무너진 상황을, 테러로 희생된 가족과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9ㆍ11을 추모하는 대표적인 행사가 있다. 무너져 내린 두 개의 빌딩을 의미하는 파란색의 강력한 빛인 '빛의 헌정'이다. 하늘로 쏘아 올려져 60마일 밖에서도 보인다는 이 빛은 이제 9ㆍ11 추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많은 이가 이 빛을 보며 9ㆍ11을 기억했다.


빛의 헌정은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위기 탓에 사라질 뻔했다. 행사 주최 측은 빛을 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비 설치 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들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9ㆍ11 관련 시설들이 장기 휴관하며 재정난을 겪은 탓에 조명을 설치할 자금이 떨어진 것이다. "결코 잊지 않겠다"는 구호가 허공으로 사라질 뻔한 순간, 억만장자인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조명 설치 비용을 대겠다고 나서며 다행히 해결됐다.


올해 9ㆍ11 행사의 무산 위기는 미국 내 자금난에 처한 공공기관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대선 우편 투표의 근간이 될 연방우체국도 파산 위기다. 뉴욕은 억만장자의 기부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미국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는 개인 기부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다.


철저히 수익자 부담 원칙을 들이대던 미국은 수익자가 줄어드는 또 다른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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