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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한국형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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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정책이 최근 발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장기적 경제 불황을 고려해 과감하게 추진하는 대규모 정책인 만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 언론의 관심도 높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다. 18조5000억원의 자금이 국비, 지방비에서 지출되고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도 고려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건물 7980개동 가운데 36%인 2835개동을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필자는 지난 14년간 전 세계의 많은 학교를 견학하고, 민간 자본이 투입된 학교와 여러 국가의 교육 정책에 관해 글을 써왔다. 관심 있게 세부 정책을 살펴보니 이 사업의 방향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탄소제로 에너지를 지향하고 IC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교실을 추구하며, 학생 중심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 혁신과 학교 시설을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복합화 등이 그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어 교육 연속성의 충격을 고려한 발 빠른 대책 마련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정신적 토대를 마련하고 철학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 등이 정책에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경험한 여러 나라의 학교들은 각자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매우 단순하고 낡은 건물 속에서 공부하지만 자연에 최대한 노출하도록 한다는 게 권장 사항이었다. 교실은 검소하지만 매우 기능적으로 디자인돼 있었다. 수업 내용도 흥미로웠다. 6살 어린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직접 분류하도록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국제화를 직접 배우기보다 재생 가능한 물건을 체험을 통해 배움으로써 환경문제가 동시대 혹은 세계적 문제라는 점을 학년이 오를수록 시나브로 깨닫게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그린 학교는 모든 건물이 의식적으로 대나무로 지어졌다. 그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이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며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재생 가능한 발명품을 만들었다. 배설물 처리 기계를 만드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곳에서는 모든 주변 자연이 학습 공간이었다.

반면 연간 학비가 우리 돈으로 7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두바이 학교는 고도로 디지털화됐다. 미래 학교의 모델로 자부하는 이곳에선 기후변화를 전자 칠판이나 교내 천문관에서 배울 수 있다. 다만 화려한 학교 건물을 벗어나 학생들이 현실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미래에 대비하는 교육은 제각각이지만 세 학교 모두 미래형 학교였다. 결국 미래에 대비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 가운데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학교를 바꾸는 데 있어 분명한 원칙도 있다. 많은 학교를 견학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보면 학교는 존중받아야 하는 공간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곳에 속한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와 교육 철학을 토대로 같이 숨 쉬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문화를 고려해 무엇이 바람직한 미래형 학교인지에 대해선 더 세밀히 따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학교의 외향적 변화와 함께 학교 문화가 바뀌어야 성공적인 그린 스마트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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