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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정치적 올바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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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4년만에 돌아온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각별하다. 단순히 대내외 정책의 변화를 넘어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재확인'이라는 표현은 미국 사회의 기저를 형성해온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 주류가 장애인,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종교, 인종문제 등과 관련된 약자를 배려하고 관용을 베푸는 문화다. 누군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주변에서 곧바로 제지하고 피해자를 감싸안는 행동이 단적인 예다. 지난 대선에서는 그러나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번 대선이 두번째 심판대인 셈이다.

미국의 '정치적 올바름'은 자국 뿐 아니라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를 포함한 전세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3년간 미국 외교정책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자취를 감추자 '미국 제일주의'라는 슬로건 하에 멕시코와의 국경에는 거대 장벽이 들어서고 동맹국과의 무역전쟁도 빈번해졌다. 약자 보호 대신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기반한 노선이 보편적인 인식을 대체한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위선이라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표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드러낸 결과다. 이는 미국이 200년 이상 쌓아온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번 대선은 2016년의 연장선, 아니면 과거 노선으로 회귀할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민주당 경선의 초기 판세를 보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도성향 보다 급진적인 후보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칭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와 네바다 경선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다음달 3일 14개주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에서도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은 '자유주의(트럼프 대통령) 對 사회주의(샌더스 의원)'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와 대척점에 있는 샌더스의 득세는 예상과 달리 '정치적 올바름'이 들어설 여지를 더욱 좁힌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두 후보의 지지층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당내 소수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관용 보다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당근책을 키울 수밖에 없는 한계가 더 크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공립대학 무상교육'과 확장적 재정정책인 '그린뉴딜''전국민 의료보험' 등 샌더스가 내세운 공약은 대대적인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역시 이민자 등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또다른 형태의 사회적 약자의 발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샌더스의 지지층은 진보부류에서 민주당 전체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방식과 궁극적으로 같다. 대척점에 서 있는 두 후보가 결과적으로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이유다.


유럽 등 전세계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뽑아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일부 유럽 언론은 칼럼 등을 통해 '트럼프의 재선은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공개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을 외면하는 두 후보가 미 대선의 최종 선택지가 된다면 이런 전세계의 경고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세계가 또 다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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