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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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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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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행된 이코노미스트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는 50대 이주 노동자 부부가 춘제를 맞아 고향을 방문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봉쇄당한 딱한 이야기가 실렸다. 2000㎞를 여행해 고향에 왔지만 정작 아들 내외가 일하는 인근 지역도 봉쇄돼 만날 수 없었다. 베이징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갑갑함이 아니었다. 어차피 베이징에서도 구경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일을 할 수 없게 된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억7300만명의 원거리 이주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일터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축산농가가 방역차원에서 내린 지역 간 이동금지조치로 인해 사료를 제때 배급받지 못할 뿐 아니라 많은 시장이 폐쇄돼 가축을 내다 팔지도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정부는 미국산 수입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다. 그러나 물류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공급이 절반으로 줄면서 고기 값이 크게 오른 데 이어 다시 식량공급사슬의 장애로 인한 농산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됐다.

2주 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산활동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3억명 가까운 이주 노동자들 상당 수는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복귀해도 2주 동안 개별 격리돼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다행히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생산한 제품을 팔 곳이 마땅치 않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시장과 가게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화물운송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이 마땅치 않고 전국에 걸친 검문소를 원활히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포브스는 중국의 다국적 기술기업 바이두의 검색지수를 근거로 코로나19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미ㆍ중 무역전쟁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진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은 식량공급사슬뿐 아니라 제조업공급사슬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 바깥을 보자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ㆍ일본ㆍ싱가포르 등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동아시아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회사 S&P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호주ㆍ대만ㆍ태국ㆍ베트남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공급사슬 장애에 취약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이 사태가 2분기에도 지속된다면 동아시아 상당수 국가들이 침체에 빠질 것으로 진단했다.

100년 전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구분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방부 장관은 이를 다시 '알려진 불확실성(Known unknown)'과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Unknown unknown)'으로 표현했다.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은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긴밀히 연결된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을 체험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그 불확실성으로부터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다. 수출수요와 공급사슬 모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주일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는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정부가 이 아웃브레이크를 극복할 것이라는 사회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또다시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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