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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합리적'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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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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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수면장치 문제로 캡슐에서 깨어난 8명의 사람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텅 빈 우주선에서 조우한다.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해 우주선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새 출발을 꿈꾸던 이들이 마주한 건 인간을 숙주로 뇌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다. 이 괴물은 인간의 뇌를 통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8명 중 누가 외계 생명체에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20억 뷰어를 지닌 유튜브 드라마 '오리진'의 내용이다. SF드라마지만 서로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처지는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과 잇닿아 있다.

'쓸 데 없는 걱정을 한다'는 기우(杞憂)라는 말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되돌아보면, 차고 넘치는 우려와 걱정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염병의 생태도 이해하지 못한 채 발병 초기 정부 방역체계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급급했던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발언만 살펴봐도 그렇다. 자화자찬이란 일부 언론의 비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태는 급속히 악화됐다.


이 같은 전국 규모의 확산은 감염병의 생리를 아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정부가 그만큼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2015년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를 떠올려 보자. 비교적 초기였던 그해 6월 초 확진자 수는 30명 안팎에 그쳤다. 이때까지 정부도 확산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이 안 돼 확진자 수는 5배 가까운 150명 수준까지 치솟는다. 수치가 급격히 불어나는 '인플렉션 포인트'를 맞은 것이다. 이번에도 슈퍼 전파자 등을 통해 감염자가 폭발할 것이란 현역 의료인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 목소리가 정부의 자화자찬에 묻혔을 따름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국의 발병 통계는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불과 2.4%로 적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수치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당국의 대응을 고발해온 시민기자 천추스 등에 따르면 진단키트의 부족으로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 수는 전체 감염자의 일부에 그쳤다. 또 병실 부족으로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일각에선 개별 환자를 거칠 때마다 1~2%씩 변이한다는 코로나19가 발병 초기와 완전히 다르게 변이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방역체계라 하더라도, 원점부터 재설계하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한다. 특별한 증상 없이 발병 초기 상대를 감염시킬 수 있는, '인류의 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선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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